외국인의 현대차 주식 보유 비중이 25일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현대차그룹 안(案)에 반대하기 위해 외국인 ‘세력 결집’에 나선 상황이라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오는 29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겠다는 엘리엇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날 최종 외국인 보유비중은 46.58%를 나타냈다. 현대차의 경우 상장주식(2억2,027만6,479주) 가운데 이날 기준 외국인은 1억261만5,542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대차 지분을 5.17% 보유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포함해 오너 우호 지분(28.2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엘리엇이 지난 4일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1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공개한 후 6일을 기점으로 ‘야금야금’ 꾸준히 늘었다. 정상적인 주식 매매에 따른 통상적인 수치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엘리엇이 23일 갑작스럽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라는 기존 현대차 안에 배치되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그냥 보고 넘길 수만은 없게 됐다. 외국인은 17일부터 이날까지 8일 연속 ‘사자’에 나서 총 1,18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현대차가 ‘어닝쇼크’에 비견되는 올 1·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외인은 이날 232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를 꺾지 않았다.
실제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각각 1.5%가량에 그친다. 엘리엇 단독으로는 영향력이 작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현재의 안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세력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실제 엘리엇과 같은 미국계 펀드인 더캐피털그룹은 10일 현대차 지분을 기존 7.33%에서 7.4%로 0.07포인트 늘렸다. 현대모비스(지분 20.78%)와 국민연금(8.44%)에 이어 현대차의 3대 주주 자리를 유지했다. 더캐피털은 현대모비스의 지분도 4.86%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다음달 29일 현대모비스 임시주주총회에서 과거 삼성물산 때처럼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세 모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 금융회사를 소유한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산분리에 어긋나 불가능한 만큼 엘리엇 측이 무리한 요구를 통해 다른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