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56분께 검정색 정장 자켓과 바지 차림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 전 전무는 “유리컵 던진 것과 음료 뿌린 사실 인정하느냐”, “혐의 부인하시고 밀쳤다고만 했는데, 그 행위는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만 답했다. 다만 “대한항공 직원 촛불집회 얘기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먹이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A광고업체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음료를 참석자들에게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당시 문제가 됐던 광고업체와 회의에서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회의 참석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다만 조 전무와 참석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경찰은 조 전무를 상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전무가 폭언이나 폭행으로 광고대행사의 업무를 중단시켰을 경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증거인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회유·협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조 전무 출석 현장에는 대한항공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강서경찰서에 나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관행’을 규탄했다. 대한항공에서 23년 간 근무했다는 이건흥 조종사는 “직원들은 조현민 전 전무의 폭언에 일상적으로 시달렸다”며 “총수일가는 더이상 경영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대한항공 경영진은 땅콩회항 때도 그렇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이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 재벌 체제 내 오너 일가의 전횡을 막을 내부 견제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