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일 부산 지역에서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작은빨간집모기를 처음 발견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건당국은 매년 작은빨간집모기가 처음 발견되면 주의보를 발령하는데 올해 발령 시기는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빨랐다. 또 보건당국은 작은빨간집모기가 하루 평균 500마리 이상 채집되거나 환자가 발생하거나 채집된 모기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분리되면 주의보를 경보로 상향해 발령한다. 지난해 경보가 발령된 날짜는 6월 29일로 지난 10년간 ‘6월 경보’가 발령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통상 일본뇌염은 7~8월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봄철 기온이 상승하며 모기 활동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일본뇌염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리면 99%는 무증상이거나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드물게는 발열,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감염자 250명 중 1명 꼴로 증상을 보여 국내에서도 현재는 연평균 10~20명 정도 발병하는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중 20~30%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지난해 환자 9명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또 국소 신경장애나 언어·운동장애, 뇌전증 등 치명적인 후유 장애를 남길 수 있다. 아직 뇌가 발달 중인 영유아에게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형성시키기를 권유하는 이유다.
뇌염 예방접종은 국가에서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해주고 있다. 첫 예방접종은 유행시기보다 최소 한 달 전 이뤄져야 항체가 형성되므로 5월이 접종 적기다. 일본뇌염 백신은 크게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백신과 정제한 사백신 두 가지로 나뉘는데 완전 접종 시 두 백신의 면역 효과는 비슷하다. 다만 생백신은 2년간 2회 접종하면 완전 접종이 이뤄지는데 반해 사백신은 12년 동안 총 5차례를 접종해야 하는 등 다소 번거롭다. 은병욱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첫 접종이 이뤄진 후에는 백신 종류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완전접종까지 횟수와 기간을 포함해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뇌염 환자의 90%가 40세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성인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유행지역으로 여행갈 경우에는 재접종하길 권하고 있다. 어렸을 때 예방접종을 맞았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줄어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뇌염은 현재로서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접종과 더불어 일단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야외 활동 시 모기기피제를 잘 사용하고 매개모기 유충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웅덩이 등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