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에 이어 ‘천재소녀’ 리디아 고(21)도 부활 신호탄을 쏴 올리면서 여자골프 월드 넘버원을 둘러싼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1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리디아 고는 1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3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18위에서 5계단을 끌어올려 전인지(14위)와 고진영(17위)을 앞섰다. 세계랭킹은 최근 2년간 15개 이상의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간 성적을 기준 삼아 산정한다.
지난달 24일 2년6개월 만의 세계 1위 탈환을 알린 박인비는 2주 연속 1위(랭킹 포인트 7.49점) 자리를 지켰다. 2위는 7.23점의 펑산산(중국), 3위는 6.72점의 렉시 톰프슨(미국)이다. 박인비와 펑산산의 격차는 0.45점에서 0.26점으로 좁혀졌다.
리디아 고는 4.75점으로 아직은 선두권과 격차가 작지 않지만 이 기세로 승수 몰이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금세 세계 1위를 가시권에 둘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나 리디아 고나 ‘고기 맛’을 잘 아는 그야말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대권 다툼은 더 흥미롭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나눠 가진 둘은 세계 1위가 받는 스포트라이트와 그에 따른 중압감을 충분히 잘 안다. 박인비는 이날로 세계 1위 유지 기간을 총 93주로 늘렸다. 리디아 고의 104주에 11주 차로 다가섰다. 박인비가 이대로 추격전에 속도를 낼지 지난해 6월을 끝으로 세계 1위에서 내려온 리디아 고가 달아날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은퇴한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158주다.
일단 박인비는 펑산산·톰프슨의 추격을 이겨내야 한다. 톰프슨은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 공동 2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이지만 통산 9승의 저력이 있다. 5월3일부터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릴 텍사스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 박인비와 펑산산·톰프슨은 참가하지 않고 리디아 고와 지난해 11월 한 주간 세계 1위를 경험해본 박성현(현재 5위), 시즌 1승이 있는 신인 고진영, 전인지 등이 출격한다.
올 시즌 10개 대회에서 3승을 합작한 한국 선수들은 지난주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는 톱10에 한 명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신인왕을 석권했지만 올 시즌 상금랭킹 53위에 머물고 있는 ‘슬로 스타터’ 박성현이 살아나 줘야 한국 선수들의 승수 몰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