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에게 제대로 부(富)가 돌아가야 웹툰 생태계가 건강해집니다. 창작자와 독자 사이에서 웹툰 플랫폼들이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게임 만화라는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배틀엔터테인먼트의 배승익(36·사진) 대표는 지금 웹툰 시장의 플랫폼과 작가 간 갈등 심화가 결국 웹툰 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KOTRA가 주관한 ‘카툰커넥션’ 강연 후 기자와 만나 “궁극적으로 작가와 독자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가장 건전한 생태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배틀엔터테인먼트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 소재 웹툰을 볼 수 있는 플랫폼 배틀코믹스를 운영한다. 게임의 인기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 관련 에피소드를 재창작한 만화라는 특성 때문에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도 자발적 성향이 강하다. 물론 남중고생들이 주 이용자다. 배 대표는 “현재 150명의 작가가 6,000여작품을 연재하고 월 사용자가 100만명을 웃돈다”며 “게임 만화 작가들이 업계에서 창작자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게임 만화가 미국·중국·일본 등에서는 ‘서브컬처(변두리 문화)’로 이미 널리 퍼진 하나의 문화현상이지만 단순히 ‘오타쿠(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빠져든 사람)’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창작자·소비자가 스스로 웹툰을 홍보하고 바이럴(구전) 마케팅으로 알리기도 한다”며 “이 시장은 새로운 창작자가 데뷔하고 성장하는 생태계”라고 말했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는 “독자들이 연재물을 즐기려면 작가들에게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게임과 관련된 비금전적 보상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배 대표는 10년간의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게임 업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3명의 동료와 함께 배틀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게임 만화 플랫폼을 한다는 말에 당시 주변에서는 곧 망할 것이라며 말렸다. 그는 “아마추어 창작자들로만 시작한 미약한 출발이었지만 이제 직원 50명의 종합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며 “중국 게임과의 협업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6년 세운 중국 법인은 임직원 20명이 모두 현지인으로 중국에 한국 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거나 중국 콘텐츠를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배 대표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웹툰 유료화가 정착되지 않아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에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웹툰이 영상화·게임화를 거친다면 그 가치는 20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그리는 청사진은 게임 이용자들처럼 미래세대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회사로 키워 한중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중소 업체들이 쓰러져 가고 등단한 작가들도 위기로 내몰리는 모습에 배 대표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와 작가, 그리고 이용자 등 모든 웹툰 플레이어가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야 ‘K웹툰’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