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위기의 순간 터진 칩샷…이젠 질주만 남았다

박성현 LPGA 텍사스 클래식 우승…9개월 만에 존재감 과시

올해 부담감·초반 부진에 주춤

데뷔 이래 처음 컷오프 쓴맛도

지난 주 퍼트·쇼트게임 맹연습

고비마다 칩샷 이글·버디 터져

"생각보다 빨리 우승해 기뻐

시즌 3승 목표 향해 나아갈 것"

박성현이 7일(한국시간) 텍사스 클래식 최종 2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칩샷 버디를 잡아낸 뒤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더콜로니=AP연합뉴스박성현이 7일(한국시간) 텍사스 클래식 최종 2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칩샷 버디를 잡아낸 뒤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더콜로니=AP연합뉴스



마침내 시동이 걸렸다.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 초반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고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질주를 예고했다.

박성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클로니의 올드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6,475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텍사스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2라운드 합계 11언더파 131타로 정상에 올랐다. 원래 72홀 규모였던 이 대회는 악천후 탓에 36홀로 축소됐다. 경기가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집중력을 유지한 박성현은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이날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2위 린디 덩컨(미국·10어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이번 시즌 7번째 출전 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통산 3승째). 박성현은 ‘슬로 스타터’다. 지난해엔 14번째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보다 빨랐음에도 더 더디게 느껴진 건 높아진 기대치와 초반 부진 때문이다. 박성현의 2017시즌은 눈부셨다. 신인으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2승을 거두고 톱10에 11차례나 들었다. 39년 만에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공동), 상금왕을 휩쓰는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일주일간이었지만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딴판이었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3월 KIA 클래식에선 LPGA 투어 데뷔 이후 첫 컷오프의 쓴맛을 봤다.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9위로 처음 톱10을 기록했으나 직전 참가한 LA 오픈에서 두 번째 컷오프의 충격도 겪었다. 2위인 장타력은 여전했지만 드라이버의 정확도(66.9%·101위)와 평균 퍼트 수(30.67타·115위)가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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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메디힐 챔피언십을 거르고 휴식을 취하며 쇼트게임 연습에 공을 들인 효과가 있었다. 퍼트 수는 1라운드 24개, 2라운드 28개로 줄었고 특히 그린 주변 칩샷이 면도날처럼 예리했다. 우승까지는 두 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칩샷이 신들린 듯 쏙쏙 홀을 찾아 들어갔다.

첫날 6언더파 65타를 쳐 신지은(26·한화큐셀)과 공동 선두에 오른 박성현은 이날 1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먼저 2라운드를 끝낸 아디티 아쇼크(인도·7언더파)에 2타 차로 밀리며 첫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4번홀(파5)에서 “자신도 깜짝 놀란 샷”이 나왔다. 약 40야드 정도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이글로 연결됐다. 기세가 오른 그는 6번(파4)과 8번(파5), 9번홀(파4)에서 버디를 보탰다. 10번홀 보기를 11번홀 버디로 만회하며 순항했지만 박성현보다 늦게 경기를 시작한 선수들이 많아 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덩컨이 맹추격 중이었고 더욱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오르막으로 시작해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그린에선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20야드가량의 까다로운 샷을 남겼다. 이번 고비에서도 칩샷이 마술을 부렸다. 깨끗이 맞은 볼이 경사를 타고 굴러 홀 속으로 사라졌다. 이날만 7타를 줄인 덩컨이 1타 차 2위를 차지하면서 결과적으로 박성현의 칩샷이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안겨준 셈이 됐다.

지난해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9개월 만에 우승한 박성현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시즌 초반 두 번이나 컷오프되고 힘들었는데 생각보다 우승이 일찍 나와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한 주 쉬면서 엄마랑 퍼트와 쇼트게임 연습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며 “시즌 시작 전 세웠던 3승 목표를 향해 가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세영(25·미래에셋)이 8언더파 공동 4위, 신지은이 아쇼크와 함께 7언더파 공동 6위에 올랐다. 신인왕 후보 고진영(23·하이트진로)은 이미향(25), 2연승을 노린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21)과 나란히 6언더파 공동 8위를 기록해 시즌 6번째로 톱10에 들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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