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백브리핑] 억만장자 칼 아이컨, 美AIG 지분 전량 매각했는데...왜

생보·손보 구조조정 실패

멕시코 지진 등 악재 겹쳐

2년간 발생 손실 30억弗

월가의 거물 투자자 칼 아이컨이 3대 주주로 있던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7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아이컨이 지난 2015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4.8%에 달한 AIG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매각한 지분은 3대 주주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아이컨의 개별기업 투자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CNBC는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컨의 지분이 주당 60~65달러에 처분됐다며 이는 올해 1월 말 주가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주가와 비교하면 10달러 이상 높은 가격이다. 만일 65달러에 주식을 처분했다면 아이컨은 25억6,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를 손에 쥐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컨이 AIG 지분 매도로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2억달러 이상 될 것으로 CNBC는 분석했다

관련기사



시장에서는 아이컨이 AIG의 구조조정 미실시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든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을 전량 내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컨은 AIG 3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AIG의 덩치가 커지면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돼 감독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 것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아이컨은 비용절감을 위해 회사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모기지보험 등 3개 분야로 쪼개라고 압박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아이컨은 이사회 멤버에 자신의 측근 2명을 임명해 피터 핸콕 최고경영자(CEO)를 퇴진시키고 후임으로 보험업계 중진급으로 평가되는 브라이언 듀퍼럴트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잇단 시도에도 AIG의 사업성과는 참담했다. 지난겨울 혹한과 지진·허리케인 등에 따른 피해보상액이 커지면서 AIG의 올 1·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보다 밑돌았으며 폭풍 피해와 멕시코 지진 등 잇따른 악재로 최근 2년간 발생한 손실만도 30억달러에 달했다. 주가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4일 종가 기준으로 AIG 주가는 52.84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 11% 하락했다. 이는 2014년 주가와 같은 수준이다.

이현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