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액면분할로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국민주로 부상했지만 공매도의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됐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35%(700원) 오른 5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액면분할이 처음 적용된 지난 4일에는 2.08%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거래량은 2,293만2,113주를 기록하면서 3,956만5,391주가 거래됐던 4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높은 거래량 유지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에는 공매도의 위험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액면분할 후 상장 첫날인 4일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량은 196만4,027주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 기록한 3,956만5,391주의 전체 거래량과 함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액면분할 후 공매도 거래량 증가율이 전체 거래량 증가율을 크게 앞선다는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액면분할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올해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전체 거래량은 29만4,185주로 액면분할로 약 134배 늘어났지만 공매도 거래량 평균은 8,917주에서 약 245배나 증가했다. 액면분할 효과가 유독 공매도 시장에서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한 주당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 삼성전자 공매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증시에서는 한 주 가격이 비싼 황제주들이 일반주와 비교했을 때 공매도 거래가 적게 발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로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제일 비싸진 롯데칠성(005300)의 경우 4일까지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166주에 불과하다. 한 주당 가격이 비싸면 주식을 거래하는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공매도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액면분할로 저렴해진 삼성전자에 대한 집중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더 공매도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4일과 8일 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6,032억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6,455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487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석이 많아진 만큼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향될 조짐이 나타나면 공매도도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