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원유찌꺼기서 금맥캐자"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HPC 동맹

합작사 현대케미칼 통해 2.7조 규모 신규공장 건설

현대오일뱅크 2022년 비정유 영업익 비중 45%로

롯데케미칼도 생산시설의 원료·지역 다변화 완성

문종박(왼쪽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와 관련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뒤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문종박(왼쪽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와 관련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뒤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본격적인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정유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해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존 석유화학 합작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컴플렉스(HPC)’를 짓기로 합의하고 투자합의서(MOA)를 체결했다.


이번 합작투자는 두 회사가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하고 일부는 현대케미칼의 내부 자금을 투입해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내 약 50만㎡(15만평) 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현대케미칼 지분은 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이지만 신규 플랜트 건설을 위한 출자 비율은 논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오는 2021년 말로 잡힌 현대케미칼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3조8,000억원의 수출 증가와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장이 들어서는 충남 서산 지역에 미칠 경제효과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사 참여 인원은 연 320만명, 설비 가동 시 직간접 고용은 1,500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는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해 기존 NCC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설비”라며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원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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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A19 정유사업비중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과 벤젠 등 아로마틱 제품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 및 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 등에 비해 비정유 사업 비중이 낮았던 현대오일뱅크로서는 앞으로 비정유 사업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 기준 정유 사업 비중은 80.8%로 다른 정유 3사 평균(58.8%)보다 훨씬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사업 확대로 2022년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종합 에너지 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긋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미국·중앙아시아의 에탄분해시설(ECC), 동남아의 나프타 분해시설과 함께 국내에서 대규모 잔사유 크래커까지 확보하게 됐다. 생산시설의 원료 및 지역 다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까지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들게 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중한석화를 통해 이미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S-OIL은 올해 하반기 5조원을 들인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의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올 초 전남 여수 공장 인근 43만㎡의 부지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유사들의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 사업 진출이 늘고 있고 이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단기간 석유화학 시설 투자가 늘면서 앞으로 수급 불균형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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