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차기 은행장 선출을 놓고 때아닌 ‘박인규 대리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구은행장 도전자 가운데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구속된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과 친분이 도드라진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대구은행장 예비후보자에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회장직무대행)과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행장 직무대행),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최민호 대경 TMS대표, 문흥수 DGB데이터시스템 부사장 등 6명이 올랐다.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들 후보를 대상으로 11일 면접을 진행한 후 2명의 최종후보자를 압축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김 부사장은 직무대행이라는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박 전 회장과 대구상고-영남대 후배라는 학연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부행장 역시 박 전 회장과 대학 과 선후배 사이로 ‘박인규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특히 이들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박 전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할 때 승진해 박 전 회장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전 회장이 비리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지만 친박인규 라인을 통해 반(反)박인규 인사에 대한 보복인사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아닌 ‘박인규 대리인’ 논란이 불거지자 차기 대구은행장을 뽑는 과정에서 고질적 병폐인 폐쇄적이고 학연·지연에 얽힌 줄 대기와 파벌주의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도 대구은행이 당분간 내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 내부 인사는 “김 부사장과 박 부행장은 비리로 구속된 ‘박인규 대리인’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내부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대구은행 출신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비리 혐의로 불명예 퇴진을 한 데 이어 구속까지 돼 구성원들의 자괴감이 큰 상황”이라며 “학연과 지연 등 박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타파할 새로운 인물을 찾아 쇄신을 해도 부족한 데 박 전 회장 측근 인사들이 다시 거론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질 당시 자진 사임을 요구했다가 지난해 연말 보복성 인사로 물러난 노 전 부사장과 임 전 부행장 등이 예비후보자 명단에 함께 오르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인사에서 밀려났던 그룹들은 박 전 회장이 친정그룹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 부사장 측은 그러나 학연 등을 토대로 친분을 그룹핑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특정학교 출신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 학연에 의한 인사가 이뤄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추위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각 후보자에 대한 투서가 난무하는 등 차기 은행장 선출을 놓고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추위 관계자는 “내부 개혁을 이끌며 조직안정을 가져올 후임 인사 선임이 중요한 만큼 차기 은행장 선발 절차에서 박 전 회장과 관련된 모든 후보자의 연루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