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드루킹(필명)’ 김동원 일당이 지난해 대선 7개월 전부터 올 3월까지 총 9만여개 기사에 댓글조작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2,7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한 내역도 확보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지난 2일 김씨 최측근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초뽀(필명)’ 김모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인터넷 기사주소(URL) 9만여건이 들어 있는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초뽀는 경공모 운영자금 확보 사업 중 하나였던 비누 제작을 담당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USB에는 암호가 걸려 있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터넷에 게재된 기사 URL이 대거 담겨 있다. 김 후보와 김씨가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14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경찰은 기사들 중 일부는 지난해 4월14일부터 대선 당일인 5월9일까지 댓글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공모 회원들이 메신저 대화방에서 댓글 활동을 보고하는 내용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자료확보를 위해 네이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김씨 일당의 댓글 활동은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 일당이 1월17~18일 이틀간 676개의 기사에 달린 2만여개 댓글에 매크로(같은 명령을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210만여회 공감클릭했던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9만여개 기사에 약 2억7,900만회의 공감클릭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탄핵국면은 물론 대선 때도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기사에 불법적인 댓글 순위조작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김 후보 후원금을 모집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확보한 USB에는 기사 URL 목록 외에도 김 후보 후원안내 문서, ‘김 의원 정치 후원금 명단’이라는 제목의 엑셀파일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이 문서들에는 김 후보 후원을 위한 계좌번호 등과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김 후보에게 2,700만여원을 후원한 내역이 정리돼 있다. 회원 1인당 5만~10만원가량의 금액을 낸 것으로 기록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실제 후원이 이뤄졌는지, 자발적인 후원인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조직적인 ‘쪼개기식’ 자금모집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이날 구치소 접견조사를 거부하는 드루킹 김씨를 추가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아울러 4일 김 후보 소환 조사 때는 이 같은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수사 상황에 따라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