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혁신부서를 꾸리거나 ‘최고혁신책임자(Chief Innovation Officer)’직을 별도로 둘 필요가 없습니다.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까지 누구든 혁신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면 됩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핵심 전략가’로 잘 알려진 자레드 코헨(사진) 직쏘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18’의 기조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업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구글 같은 회사의 멋진 사무실에 앉아 구상한다고 혁신이 발생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직원 누구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도록 인센티브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서는 직원 채용부터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호기심 많은 직원이 없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직원은 다른 수많은 직원들이 동일한 생각을 할 때 다른 시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의견을 낸다”며 “직원 채용 인터뷰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코헨 CEO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학교 등 제도화된 교육기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교실과 교실 외에서의 학습이 연계되도록 교육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가정교육, 교실 안에서의 수업, 인터넷 등 교실 밖에서의 지식 체득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체험학습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교실 밖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고 지식을 습득할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맞다’ ‘틀리다’는 답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넓게 보면 기업가정신 등 다양한 소양이 길러질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전 세계 100여개국을 돌아보며 디지털 기기가 가져오는 다양한 변화의 현장을 본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케냐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다수 보유하고 심지어 모바일머니도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들은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 청년 한 명이 마을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자루에 모아 수도 나이로비의 호텔까지 가서 충전을 하고 다시 배포했다”고 언급했다.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합류해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는 자신이 과거에 예측한 것보다 훨씬 혁신적이라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2013년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과 함께 지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AI와 인간의 미래 분업에 대해 감정적 업무를 기준으로 나눈 바 있다. 그는 “당시 인간은 감정적 요소를 다루는 일, AI는 부수적인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완전히 틀렸다”며 “현재 AI의 발전을 보면 인간의 미묘한 감정까지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해 감정 업무도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AI를 활용한 산업 가운데 그가 특히 주목한 분야는 의료다. 코헨 CEO는 “환자들의 의료기록과 가족력, 동일한 질환을 앓은 환자들의 일반적 의료기록들을 분석하면 환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진료가 가능하고 특정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의견도 드러냈다. 그는 “누군가 머신러닝을 개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블록체인에 뛰어들라는 농담이 있다”며 “블록체인은 컴퓨터공학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라고 보지만 기술에 좀 더 빨리 접근한 사람이 이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태의 위험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블록체인 자체가 솔루션으로 기능을 다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동효·빈난새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