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규제 풀고 금리 올리고..신흥국 "자금유출 막자" 비상대책 착수

■ 통화위기 전방위 확산 조짐

아르헨 의회, 구제금융 신청 하루만에 금융개혁안 처리

'리라화 폭락' 터키 긴급조치안 마련..인니도 경계태세

중동 정세 악화에 고유가·강달러 겹쳐지며 불안감 고조

멕시코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시중은행의 시세판 앞을 지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갈등 우려와 대선 불확실성에 신흥국 위기설까지 고조되면서 이날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멕시코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시중은행의 시세판 앞을 지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갈등 우려와 대선 불확실성에 신흥국 위기설까지 고조되면서 이날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계속되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위기에 내몰린 신흥국들이 급격한 자금유출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미 달러화로의 자금 쏠림이 심해지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 불안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비교적 안정된 통화가치를 유지해온 아시아 지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 금융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시장친화 개혁으로 연쇄 금리 인상에도 멈추지 않는 외국인자금 이탈을 저지하려는 시도다. 터키도 리라화 폭락을 막기 위해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각을 비상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긴급조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주요 문제아로 부상한 가운데 남미·아시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세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상 경계태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오는 17일 금융통화회의를 앞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연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달러 대비 루피아화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19일 “경제 성장과 생산성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며 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지난달 말에 이어 10일 정책금리로 사용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현재의 4.25%에서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115A08 달러대비 루피아 환율 추이 수정2


브라질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12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낮춘 데 이어 최근에도 금리 인하 방침을 이어갈 방침을 시사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헤알화 가치 하락세 속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 회의론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에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달러 가치가 치솟고 이머징시장 자산의 투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 급락을 막기 위해 최근 6일새 외환보유액의 10%에 달하는 50억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미국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수석전략가는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이어질 것”이라며 “브라질·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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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 신흥국들이 앞다퉈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은 신흥시장 내 자금 이탈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시장에 유입된 해외 투자액이 올해 1~4월 월평균 130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유입액은 전년 대비 430억달러 줄어든 1조2,200억달러에 그쳤고 신흥국 채권시장 유입액도 지난해의 3,150억달러 대비 급감한 2,5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IIF는 “미 국채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로 4월 중순 이후 해외 자금의 신흥 시장 유입에 제동이 걸렸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달러와 고유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상 현상이 이어지며 신흥국들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가뜩이나 연준의 긴축 기조로 달러화로의 자금 쏠림이 이어지던 가운데 미국의 핵 합의 탈퇴 등 정세불안이 악재로 떠오르면서 신흥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란 리알화 가치가 핵 합의 파기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도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두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여파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하루 만에 3%나 급등하는 등 유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불안한 투자금의 달러화 쏠림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유가를 동반한 강달러는 신흥 시장에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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