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창업 6년차 정점규 젠바디 대표 "67兆 체외진단 시장 '세계 톱10' 되겠다"

의료비 부담 적고 빠른 진단 가능

中·동남아·브라질 등 공급 확대

올 매출 1,000억 돌파도 꿈 아냐

기술력 앞세워 로슈와 경쟁할 것

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13일 천안 본사의 실험실에서 젠바디가 개발한 진단키트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정민정기자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13일 천안 본사의 실험실에서 젠바디가 개발한 진단키트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혈액이나 체액 등을 이용해 몸 밖에서 신속하게 병을 진단하는 기술로 체외진단이 있다. 기존에 내시경 검사나 조직검사 등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지만 최근 들어 체외진단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병을 진단할 수 있다. 분석기와 진단시약, 소모품 등 체외진단기기 세계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약 67조원), 국내 시장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로슈·에보트·지멘스·다나허 등 4개 글로벌 업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체외진단시장에 창업 6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점규(47·사진) 젠바디 대표는 13일 충남 천안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감염성 질환 증가로 인해 체외진단 수요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비싼 의료비용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체외진단시장에서 국내 넘버 원을 넘어 글로벌 톱 10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충북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까지 밟은 정 대표는 아산제약에서 병역특례로 5년간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했다. 진단시약 분야에서 녹십자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던 아산제약은 수입을 병행하면서 연구소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당시까지 국내 진단시약 시장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다”며 “어떻게 보면 첫 직장의 인연이 젠바디로 이어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바이오랜드(지금의 SK바이로랜드)로 자리를 옮겨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화장품 매출 비중이 높았던 바이오랜드는 제약 산업을 한참 키우는 중이었다. 스페인독감에서 홍콩독감으로 이어진 독감 사이클을 심상찮게 생각했던 정 대표는 독감용 신속 진단 키트를 개발, 2008년 식약처(당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 신종 플루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시장 수요가 쏟아지며 2009년 한해 매출만 52억원에 달했다.

시장성을 확인한 후 2011년 회사를 나와 첫 직장이었던 아산제약의 해외마케팅팀장으로 옮겼다. 연구개발은 자신 있었지만 영업력은 약했던 만큼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 드디어 2012년 10월 젠바디를 설립했다. 각각 항원과 항체를 뜻하는 ‘안티젠’과 ‘안티바디’에서 따온 사명이다.


회사 설립 첫해 말라리아 진단원료를 개발했다. 완제품이 아닌 만큼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품목이었다. 창업 첫 두 달 동안 인도 수출로 2,000만원의 매출을 냈고, 2013년에는 수출국을 다변화하면서 9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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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진단용 키트 반제품이었다. 습도가 20% 미만이 돼야 제품 변성이 없는 만큼 제습실을 갖추는 게 급선무였다. 한해 동안 번 돈을 제습실 설비 구축에 쏟아 부었다. 2014년 15억원, 2015년 25억원, 2016년 83억원, 지난해 620억원으로 매출이 급속히 늘었다. 비결은 지카 진단키트였다.

정 대표는 “2015년 말 브라질로 출장을 갔는데 거래업체로부터 바이아주의 보건성 장관이 나를 보자고 해서 만났다”며 “브라질에 이상한 전염병이 도는데 이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소개했다. 바로 지카바이러스였다. 이름도 낯선 한국 업체에 의뢰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아 로슈나 에보트 등 글로벌 업체에 요청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돈이 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거절했다는 답을 들려줬다.

귀국 즉시 연구에 들어갔고 이듬해 초 지카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브라질 인증(ANVISA)을 따낸 후 2016년 11월 국영제약사 바이아파르마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카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브라질 수출을 크게 늘린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치쿤구냐·뎅기열·황열·말라리아 등으로 확장하며 매출 620억원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 업체에는 마약진단 키트를 5년간 장기 공급하는 100억원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에선 동물용 진단키트 제품으로 매출이 늘고 있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인플루엔자 진단키트에 대한 반응이 좋아 확대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국내에도 올 하반기께 인플루엔자 진단키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정 대표는 “기존 제품은 코 안쪽 깊숙한 곳에서 채취했지만 앞쪽에서 콧물을 살짝만 묻혀도 되고, 반응 시간도 15분에서 5분으로 확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아데노바이러스, 레지오넬라 등 호흡기 관련 질환을 라인업하고, 갑상선 등 호르몬 관련 진단 시약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정 대표는 “호흡기나 전염병은 유행하면 매출이 확 늘지만 진폭이 커서 안정적인 매출이 힘들다”며 “호르몬 질환은 유행하진 않지만 꾸준한 매출이 나는 데다 노령화되면서 관련 질환자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젠바디는 체외진단 분야에서 글로벌 톱10에 진입한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로슈가 부동의 1위이고 에보트나 지멘스 등 우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금력과 영업망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이 즐비하지만 우리의 진단 기술은 어느 기업 못지 않은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2년 이내 기업 공개(IPO)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공략에도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천안=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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