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2개의 태풍 직면한 유료방송, 지각변동 시작되나

국회 합산규제 연장여부 결정못해 내달 27일 효력 상실

KT 독주 막을 방도 없어...인수합병 등 구조개편 가속

넷플릭스 유리한 망 사용료 협상땐 국내업체 피해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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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위성·인터넷(IP) TV 등 유료방송 시장이 다음달 합산규제 일몰과 넷플릭스 안방 공략이라는 태풍을 만나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두 가지 이슈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시장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효력 상실이 다음 달 27일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산규제는 특정기업 계열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3.3%를 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로 점유율 30.54%(2017년 하반기 기준)인 KT(030200)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한 것이다. 합산규제 일몰 시한을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4월 국회에서 일몰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원포인트’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사실상 4월 국회가 마지노선이었다”며 “일몰시한 전까지 논의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에선 합산규제 보호막이 사라지면 시장 1위 KT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와 IPTV에 대한 시장점유율 3분의 1 규제는 있지만 위성방송에 대한 규제가 없어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가입자를 무한정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M&A)에 KT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구조 개편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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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 역시 국내 유료방송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핵’으로 떠올랐다. 최근 LG유플러스(032640)에서 ‘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 프로모션을 시작한 것. 업계에선 모바일 프로모션이 IPTV 제휴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수는 20만~30만명 가량으로 지난 2016년 1월 한국에 진출할 당시 기대보다는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성장세가 뚜렷한 IP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급된다면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망 사용료 협상 등에서 넷플릭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체결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 캐시서버(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데이터를 가까운 위치에 따로 모아두는 서버)를 두고서도 망 이용대가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부담이 고스란히 이동통신사에게 부담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으로 9(콘텐츠):1(방송플랫폼)의 수익배분을 고수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부터 제휴를 시작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전략”이라며 “넷플릭스가 우위에 선 채로 유료방송 시장에 들어오면 망 이용대가나 수익 배분 문제를 돌이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에 진출해 처음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에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개그맨 유재석을 캐스팅해 막강 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한 해 8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넷플릭스와 국내 업체들이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SK텔레콤(017670)이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와의 제휴도 검토할 수 있는데 적정 망 사용료 등이 선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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