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오너 '甲질'도 기업 재무평가때 반영한다

금감원, 주채무계열 31곳 지정

은행 대출이나 연장 때 불이익

"여론 영합" 기업들 좌불안석

1515A10 기업 재무구조 평가에 포함되는



대주주 등 오너 일가가 ‘갑질’ 같은 도덕적 일탈 행위를 한 대기업들은 앞으로 은행의 재무건전성 평가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14일 ‘2018년도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에서 올해부터 재무구조 평가에 오너 일가의 도덕성 등 평판위험 항목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기관에 진 빚이 많은 대기업을 뜻하는 말로 올해는 신용공여액이 1조5,166억원을 넘는 31개 기업집단이 선정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과 아주캐피탈을 계열 분리한 아주그룹 및 지난해 차입금을 상환해 기준액에 미달한 한라·이랜드·성우하이텍 등은 올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일단 주채무계열에 포함되면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상반기 중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부채 비율 등 재무제표 위주로 평가가 이뤄졌으나 올해부터는 △오너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위법 행위 △갑질 등 도덕적 일탈 △일감 몰아주기 및 분식회계 등도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재무구조 평가에 따라 불합격 점수를 받은 대기업은 은행과 개선 약정을 체결해 자구안을 제출해야 하고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 때 제한을 받게 된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성평가는 결국 자의적 판단이 강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금융권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한진그룹 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들은 앞으로 재무구조를 평가받을 때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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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재무구조 평가항목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주채무계열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은 100점 만점의 재무구조 평가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받게 된다. 이때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에 따라 ‘커트라인’ 점수가 차등 결정된다. 예를 들어 부채 비율이 200% 미만인 기업은 40점만 넘어도 합격점수를 받고 부채 비율 200~225%인 기업은 50점을 넘겨야 ‘과락’을 면하는 식이다. 자연히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은행들의 재무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진(304.36%), 부영(221.28%)그룹 등이 부채 비율이 높은 회사로 분류된다.

이런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향후 부적절한 언행 한마디 때문에 점수가 깎여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자금줄을 쥔 은행이 우량자산을 팔아 채무를 청산하도록 요구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권고하는 등 무리한 자구안을 강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술을 먹고 사고를 쳤다고 해서 이 가정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더 받겠다고 하면 누가 이해를 할 수 있겠느냐”며 “또 배임·횡령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은 이미 관계법에 따라 처벌 조항이 있는데 자칫 중복 처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부터 평가를 받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정부 관할인 산업은행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기업은 더 고강도 시험을 치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주채권은행이 산은인 주채무계열은 한진·금호아시아나·금호석유화학·동국제강·하림 등이다.

금감원은 한편 대기업의 해외 사업 위험도 재무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외 계열사의 차입금과 외부 주주 지분이 각각 부채와 자본 항목에 포함돼 부채 비율 산정 때 반영된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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