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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주가 반등했지만..."글로비스와 합병 안심 이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근접

현대차그룹, 주주 만나 설득작업

국민연금 찬성표 확보에 주력

주주 달랠 깜짝 발표 가능성도

어제부터 합병 반대 의견 접수

일각 "추가매수 기회" 분석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012330)현대글로비스(086280)의 분할·합병에 변수가 될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밑돌기도 했으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밝힌 장기 성장 비전이나 영국 다이슨과의 협력 소식 등 미래가치가 부각 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14일부터 시작되는 합병 반대 의사 청구 기간에 주요 주주를 직접 만나 설득하며 찬성표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주주친화정책도 이번 주 중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만한 ‘깜짝 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최대 변수인 국민연금을 찬성 쪽으로 굳히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물산의 학습효과로 의사결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번 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의결권자문위원회를 열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일 대비 1.27% 상승한 24만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 이후 6거래일 만에 24만원을 회복했다. 주가가 회복하며 현대모비스 측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합병 계획이 발표된 직후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엘리엇의 합병 반대 목소리가 불안감을 키우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주가가 5%가량 빠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까지 떨어지자 합병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모비스가 밝힌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23만3,429원이다. 매수청구권은 분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에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매수청구권보다 높으면 시장에 내다 팔아도 이득이므로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반대로 매수청구권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은 합병 반대 의사를 통보하고 모비스가 제시한 가격에 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역시 주가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상이 걸린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직접 모비스의 미래가치를 밝히고 경영진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모아 설명회를 열며 주가 부양에 힘썼다. 다행히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근접한 상태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모비스는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한 자금으로 2조원을 책정했다. 이를 넘어가 회사에 부담이 커질 경우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달려 있다. 주가를 고려하면 모비스 주주 약 9%가 합병을 반대하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2조원을 넘어선다. 물론 모비스가 추가 비용을 들여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합병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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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청구권 행사에 앞서 이날부터 합병 반대 의견 접수가 시작됐다. 오는 28일까지 증권사 등 위탁 창구에 의견을 밝히면 된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28일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아직은 모비스가 추가로 내놓을 정책과 주가 흐름을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 반등 없이는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아진 주주환원정책이 나오고 그에 따라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모비스는 보다 구체적이고 주주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재료들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주총에서 표 대결로 분할·합병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현대차그룹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겠지만 상황적으로 유리한 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문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대주주가 1조원의 주식 양도소득세까지 내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시장이 거부해 지배구조 개편에 실패했다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총 부결에 따른 플랜B는 현재로서는 없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반대 의사가 나온 11일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약 3년여간 총 100개의 지배구조 개편 모델 중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받은 모델을 선택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노조와의 임금협상으로 기업 부담을 줄이고 미래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분할 합병안이 주총에서 부결되면 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긍정적이라 평가한 모델을 시장이 거부한 것인 만큼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광수·강도원기자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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