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키오스크 전성시대] 카페·약국·패션 "기계로 주문?...아직은 고객과 휴먼터치 필요"

■키오스크 전성시대

"직원 대체 효과 확신 못해...대면 서비스 만족도 훨씬 커"

명동·종로·홍대 등 주요 상권 자동화 도입률 높지 않아

젊은층에 인기 패스트푸드·도시락전문점은 설치 늘어

기계와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 부상이 향후 변화 열쇠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강남구 가로수길의 주요 상권에 키오스크를 도입한 주요 상점·기관들. 키오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 시내 주요상권에서는 업종별로 키오스크 확산 속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효기자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강남구 가로수길의 주요 상권에 키오스크를 도입한 주요 상점·기관들. 키오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 시내 주요상권에서는 업종별로 키오스크 확산 속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효기자



4차 산업혁명의 확산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유통·운송·엔터테인먼트업 등 사회 전반에서 키오스크(무인판매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외식 업계의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화된 메뉴를 빠른 시간에 소비하도록 설계한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면 카페·일반식당·약국·패션 업계 등에서는 자동화에 대한 과신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고객과 대면해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다.

서울경제 탐사기획팀이 서울 명동, 종로, 신촌, 홍대, 강남역, 신사동 가로수길, 경의선숲길 등 서울 시내 7곳의 주요 상권을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 침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점과 도시락전문점, 라멘 등 일본풍의 식당 외에는 외식업종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카페의 경우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주문 받고 인간적 친밀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대형 체인점조차 키오스크 도입을 꺼리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신촌은 다른 지역에 비해 키오스크가 많은 편이었다. 맥도날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과 도시락전문점에서 키오스크를 설치해 고객들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도 분명했다. 한 피자전문점은 최근 리뉴얼하면서 대형 피자뿐 아니라 1인용 피자 메뉴도 추가했다.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요리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업체는 인력을 늘리는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해 직원 1명분을 대체했다. 피자전문점 직원은 “주문은 현재 키오스크로만 받고 있다”며 “직원은 주문을 받지 않는 대신 요리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외 업종에서는 키오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세브란스병원의 영향으로 약국 6곳이 몰려 있지만 약국 중 어느 곳도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았다. 일부 약국에서는 오히려 접객원이 손님을 맞았다. 호객행위까지 할 정도였다. 약국 관계자는 “기계만 설치할 경우 불편함으로 인해 손님들이 잘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뜨고 있는 상권인 경의선숲길과 홍대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숲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이들 식당 가운데 키오스크를 도입한 곳은 피자와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 한 곳뿐이었다. 홍대입구 전철역에서 홍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홍대의 대표적 상권에서도 PC방·패스트푸드점 이외에는 키오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남역과 가로수길 역시 점원 대신 기계를 들여다 놓은 외식업체가 많지 않았다. 도쿄 신주쿠에서는 돈가스·라멘 전문점 등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강남역과 가로수길에서는 흔치 않았다. 가로수길에서 6년째 라멘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키오스크가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손님들이 익숙해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손님이 올 때마다 ‘키오스크로 주문해달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로 주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손님들은 “국물을 뜨겁게 해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를 점원에게 전달해 기계로 온전한 주문 업무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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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과 종로 등 중장년층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상권 역시 변화의 바람은 크지 않다. 기계 대신 외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명동의 한 상권 점원은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기에 제품의 효용 등을 설명해야 한다”며 “구매까지 이어지려면 기계보다는 사람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키오스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상권에 큰 변화가 오지 않는 이유는 업종의 특성과 관계있다. 대다수 식당과 카페는 고객과 대면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메뉴 표준화와 키오스크 설치역량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여전히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일부 차용했지만 이 역시 키오스크가 아닌 스마트폰용 앱이었다. 관리비용과 공간 활용 측면에서 앱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엔제리너스커피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식당은 표준화된 메뉴를 주문해 빨리 식사하고 나가겠다는 목적의 손님이 오지만 카페에는 본인 취향에 맞는 음료를 마시며 천천히 여유를 즐기겠다는 고객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의 경우에는 비용에 대한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키오스크를 구매할 경우 1대당 200만~600만원가량의 구매비용이 소요된다. 이 같은 매몰비용 외에 전기요금 등 관리유지비도 발생하는데 직원을 대체할 만한 효과가 뚜렷한지 확신하기 어렵다. 디저트카페 ‘설빙’의 한 가맹점주는 “임대료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직원 1명을 줄였고 키오스크 도입도 고민했었다”며 “키오스크 1대당 약 직원 0.5명 정도 줄이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는데 비용절감에 대한 확신이 없어 도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상권에서 키오스크를 앞으로도 계속 외면할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비접촉(언택트)’을 선호하는 밀레니얼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마케팅분석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들은 ‘휴먼터치’ 같은 끈끈함보다 기계에 대한 친숙함이 더 크다”며 “이들이 카페나 식당에서 점원과 접촉하기보다 기계를 통해 빠르고 편하게 주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면 외식 업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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