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일상화 되는 미세먼지, 태아 혈압까지 높인다

미세먼지 노출 산모 아이들

61%가 고혈압 발병 가능성

불규칙한 생리 주기 부르고

기억력 등 뇌기능도 악영향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오염과 각종 질병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는 천식 등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 여성의 생리주기, 기억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근심만 커지는 상황이다.

노엘 뮐러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팀은 산모가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초미세먼지(PM 2.5)에 노출된 경우 태어난 아이의 10세 이전 고혈압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14일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이가 있는 여성 1,293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사는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태어난 아이들의 혈압을 조사한 결과 임신 기간 동안 오염이 심한 지역에 살았던 산모의 아이들 61%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살았던 산모가 출산한 아이들에 비해 혈압이 높았다고 밝혔다. 임신 전 초미세먼지 노출됐는지 여부는 아이의 혈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뮐러 교수는 “임신 중 초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이 태아의 어린 시절 혈압을 높인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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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노출이 10대 여성의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유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보스턴의대의 시루디 마할린가이아 박사 연구팀은 25~42세 여성 3만4,832명의 데이터와 이들이 고등학교 시절 거주하던 집 주변의 공기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노출이 심할수록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질 확률이 8%씩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심혈관 및 폐 질환뿐 아니라 생식 내분비 시스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아이의 기억력과 뇌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는 걸어서 통학하는 7~10세 어린이 1,234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노출 정도와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1년 동안 기억력이 4.6% 떨어졌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의 영향이 컸다. 연구팀은 이 밖에도 태아 시기 미세먼지 등에 노출될 경우 뇌 손상을 입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녹지 공간이 많은 거주 지역에서 자라난 초등학생들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연구 등을 속속 발표하며 대기오염이 아이들 뇌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지속해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질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 심재정·최주환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고대구로병원에 입원한 40세 이상 COPD 급성 악화 환자 37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기환경지수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입원환자(중증) 발생 비율이 1.6배 차이 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미세먼지가 30㎍/㎥ 이상일 경우 입원율이 가장 높으며 미세먼지가 높은 날을 기준으로 3일 뒤 급성악화로 인한 입원환자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COPD 등의 질환을 조기 발견·치료하기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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