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차별화 경쟁 나선 수입차] '자신만의 색깔'…브랜드의 격차를 만들다

'해외 명차' 이름값으로 고객 지갑여는 시대 옛말

벤츠=친환경·BMW=럭셔리·렉서스=하이브리드 등

할인전쟁 넘어 '고유의 아이덴티티' 구축에 올인




수입자동차 업계가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해외 명차 이미지로만 차가 팔리는 시절은 지났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개성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브랜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부터 연쇄적으로 할인을 제공하면서 올해 1~4월 9만3,328의 수입차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5,017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판매량 증가는 브랜드 간 경쟁의 강도가 그만큼 세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격 메리트 외에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게 됐고 이에 각 업체는 브랜드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할인 전쟁’에 이어 ‘차별화 경쟁’에 나선 것이다.


부동의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친환경 미래차 리더의 이미지를 최근 부각시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전기차 브랜드 ‘EQ’를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최근 출시한 ‘더 뉴 GLC 350 e 4매틱’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한 전동화 차량이다. 벤츠 최초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이자 국내 최초의 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이기도 하다. 벤츠코리아는 이 차 출시를 계기로 SUV 라인업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계획이다.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오는 2022년까지 총 50종의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벤츠코리아는 내년 EQ의 첫 순수 전기차 ‘EQC’를 들여와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에서 친환경차 선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BMW코리아는 플래그십 대형세단 ‘7시리즈’ 출시 40주년을 맞아 럭셔리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세종문화회관 공연 후원.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용극 ‘BMW 7시리즈와 함께하는 카르멘(5월9~10일)’과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음악축제인 ‘세종페스티벌×서울뮤직위크 위드 BMW(5월11~13일)’를 잇달아 후원했다. 이달 31일에는 ‘BMW 7시리즈와 함께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테너 로베르트 알라냐의 디바 앤드 디보 콘서트’를 후원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뮌헨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BMW 7시리즈와 함께하는 게르기예프 앤드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11월22일)’을 비롯한 총 6개 프로그램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다.


BMW코리아는 이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뜨락에 ‘7시리즈 40주년 에디션’을 전시한다. 이 차는 국내에 10대만 들어온 한정판으로 ‘750Li x드라이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가격은 2억1,3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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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차 렉서스는 ‘하이브리드차의 표준’이라는 점을 집중해서 알리고 있다. 렉서스는 한국에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하이브리드차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정착시켰다. 독일 브랜드가 디젤차로 대공세를 펼 때도 묵묵히 하이브리드차의 가치를 알린 결과 지난해 팔린 수입 하이브리드차 2만2,773대의 절반 이상인 1만1,755대를 렉서스가 차지했다. 렉서스코리아 측은 “올 1~4월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95%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면서 “올해도 하이브리드차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재규어는 SUV에 올인하고 있다. 정통 스포츠 세단 메이커라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 최근 잇달아 출시 중인 SUV, 즉 ‘페이스(PACE)’ 패밀리를 집중적으로 밀고 있다. 페이스 패밀리는 재규어의 스포츠카 DNA를 계승했다. 대담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기본으로 하되 SUV의 다목적성과 공간 활용성까지 갖췄다.

이처럼 고급차 브랜드들이 각각 색깔을 드러내고 있을 때 여러 고급차를 섭렵한 소비자들이 최근 많이 선택하는 차가 있다. 바로 마세라티다. 특히 독일 3대 프리미엄 차를 모두 경험해본 고객들이 이탈리아 고성능차인 마세라티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마세라티 측은 설명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스포츠 세단뿐 아니라 대형SUV인 ‘르반떼’까지 갖춰 최근의 SUV 선호 추세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중 브랜드 가운데서는 올해 2년 만에 판매를 재개한 폭스바겐이 강하게 치고 나가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고객층은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이 세대는 개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3,860만원부터 시작하는 컴팩트 SUV ‘티구안’은 합리적인 가격과 멋, 우수한 기능성까지 갖추고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는 지프(Jeep)에 올인하고 있다. SUV의 원조인 지프는 최근의 전 세계적인 SUV 성장세로 소위 ‘물을 만난’ 상태다. 힘껏 노를 저을 타이밍이다. FCA코리아는 4월 ‘뉴체로키’ 출시를 시작으로 ‘올뉴 랭글러’, 준중형 SUV ‘올뉴 컴패스’를 연내 출시해 정통 SUV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 같은 수입차들의 무한경쟁 속에서도 최근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브랜드는 바로 볼보다. 볼보코리아는 대형 SUV ‘XC90’, 중형 SUV ‘XC60’의 성공에 이어 올해 소형SUV ‘XC40’를 들여와 볼보의 새 역사를 쓸 계획이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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