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이하 ‘우만기’)가 총 18부작중 단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주인공 송현철A(김명민 분)가 신변과 가족관계 정리를 잘 하고 송현철B(고창석 분)의 삶을 사는가 싶더니 갑자기 돌아온 의식 때문에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이번주인 14일, 15일 방송된 ‘우만기’에서는 송현철A가 선혜진(김현주 분)에게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라미란(조연화 분)를 택하는가 하면, 신화은행에서 녹음파일을 제출하며 대출 조작 누명을 벗었다.
이로써 송현철A를 둘러싼 두가지 큰 위기들이 해소되는가 싶었지만, 어제(15일) 방송 말미에 송현철A의 의식이 더욱 크게 돌아오면서 송현철B(고창석 분) 영혼의 의식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 마지막 장면에서는 송현철A가 함께 집에 있기로 했던 조연화(라미란 분)를 뿌리치고 선혜진(김현주 분)에게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로써 ‘우만기’는 또 딜레마에 빠졌다.
이전까지는 송현철B의 의식이 강했던 터라 그가 선택한 가정은 조연화였다. 비록 외모가 송현철A이기 때문에 그가 돌아온다면 순식간에 조연화의 남편이 바뀌어 보이는 주변의 비난을 피할 순 없는 상황. 그래도 과거 기억과 양심으로 송현철B로서의 삶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엔 의식 자체가 바뀌었다. 송현철A는 단번에 “혜진아”라며 선혜진을 알아봤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생전 송현철A의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송현철A의 의식에서는 송현철B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송현철A의 의식이 점차 커진다면 앞으로 송현철B의 삶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송현철B가 한 고민과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 버린다. 선혜진이 송현철A와의 이혼 결심을 거둔 것도 송현철B의 인간적인 면모 덕분이었다. 다시 송현철A의 성격으로 돌아온다면 선혜진은 이혼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만기’가 이대로 비극적인 결말을 낼 리는 없다. 따뜻한 휴먼스토리를 지향한 드라마의 성격상 또 다른 ‘반전’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솔솔 피어나는 가설은 ‘송현철A의 증발’이다. 두 의식이 한 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향후에도 두 가정(조연화, 선혜진)에 딜레마만 가져올 뿐이다.
송현철A의 몸이든 의식이든 하나라도 증발해서 둘이 아닌 하나의 체계를 이뤄야 할 텐데, 사신 아토(카이)의 역할이 필요하겠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한 가정에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양쪽 가정 모두에는 명확한 입장으로 설 수 있다.
앞서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로 흡입력 있는 필력을 자랑했던 백미경 작가였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다소 늘어진 전개를 펼쳤던 것도 사실이다. 송현철A가 조연화와 선혜진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그 과정에서는 가족간의 정을 깨우치게하는 요소가 됐지만 결국 고구마 요소였다.
이제 작가의 필력이 입증될 때다. 시청자들의 예상과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지금의 송현철을 유지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맺을 수도 있다. 남은 4회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우만기’의 18부작 정주행이 의미 있어지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