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외국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이 거세지자 상장회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해외 선진시장에 있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을 도입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한국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과거 SK그룹의 소버린 사태에 이어 최근 현대차그룹까지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간섭이 심해지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은 “정책당국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소버린 사태와 같은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며 “선진시장에 도입된 보편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을 우리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상장사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도입을 주장했다. 차등의결권은 최대주주가 일반 주식보다 의결권이 높은 주식을 보유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에 도입돼 있다. 포이즌필 역시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정 회장은 “우리 M&A 관련 법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봐도 경영권 방어자에게 불리하고 불공정한 제도적 취약점이 있다”며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을 도입해 M&A 관련 법제에서 공격과 방어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초 주주총회에서 논란이 컸던 대주주 의결권제한에 대해서도 상장사들은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정 회장은 “감사위원 선임 시 3% 대주주 의결권제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로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며 “사회통념상 소액주주로 볼 수 없는 주주의 경우 대주주와 동일한 의결권제한을 둬서 역차별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