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해빙 분위기 속에서 유엔이 미국 정부에 북한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북한 식량 지원 프로그램에 미국 정부도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이를 거절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린 극심한 식량난을 겪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유엔을 통한 북한 식량 원조에 연간 최대 수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2002년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북미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자 미국은 현재까지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식량 지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1990년대 WFP의 북한 식량 지원 규모는 최대 연간 7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은 아사자가 속출한 ‘고난의 행군’ 때처럼 극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2,500만명의 북한 주민 가운데 1,000만명가량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분석했다.
그러나 WFP는 향후 북미 관계의 진전 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입장을 바꿀 여지는 여전히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의 북한 지원 참여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대북 지원 역시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사람들의 필요는 매우 중요하고 우리는 심각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필요한 자금 지원을 늘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부자들은 (지원) 식량이 의도된 군부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원 대상자들에게 가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며 북한의 분배 투명성 제고가 필수적인 조치라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현재 상황에서 대북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핵무기 등 북한의 완전한 대량살상무기(WMD) 폐기가 가시화하지 않고서는 논의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북핵이 사라질 때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 압력은 지속할 것이라면서 “매우 비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원을 (민생에) 재분배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거대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