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리비아식 비핵화 대신 급부상한 '트럼프 모델'은 무엇?

北, 북미회담 무산 엄포에 미 정부 "특정모델 안 따른다" 진화

리비아·카자흐·남아공 모델 혼용 검토…北자극 않기 위한 레토릭 시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한 이른바 ‘트럼프 모델’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線) 비핵화-후(後) 보상·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에 대해 “나는 그것이 (정부 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것(북한 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인 ‘트럼프 모델’은 그동안 미국이 유력히 검토해온 리비아 모델에 대해 북한이 공개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 무산까지 언급한 뒤 나온 모델이다.


리비아 모델은 2003년∼2005년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자발적으로 핵 포기를 선언하고 단기간 내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사례를 말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신봉’해온 해법이기도 하다. 북한이 먼저 신속하게 핵 폐기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보상과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리비아식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점이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포기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이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하며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에 상응하는 쌍방간의 조치를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을 하는 과거의 방식은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고수했다. 이처럼 비핵화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이 간격을 좁혀나가지 못한다면 북미정상회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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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언급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끝내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조건적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주장하기보다 적절한 타협지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모델’이란 기존의 리비아 방식을 뼈대로 하되, 다른 나라의 과거 핵포기 사례를 북한 실정에 맞도록 설계한 ‘맞춤형 모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큰 틀의 목표와 방향을 놓고는 일괄타결을 하되, 단계별 이행과 보상조치를 ‘압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사전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 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반년 안에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테러지원국가 지정 해체를 검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측은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동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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