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무용가 안은미, 이번엔 '북한춤'으로 일낸다

유튜브·재일교포안무가 등 통해

북한춤 기본동작 수집해 무대화

내달 1~3일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안은미컴퍼니 단원들이 다음달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안은미컴퍼니안은미컴퍼니 단원들이 다음달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안은미컴퍼니



할머니들과 함께한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저신장장애인들과 작업한 ‘대심땐스’ 시각장애인들을 무대에 올린 ‘안심땐쓰’ 등 겁 없이 경계를 넘나들던 천하의 안은미도 겁이 났던 모양이다. 무용수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 외에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북한춤’ 석 자를 찍어 넣는 것조차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고 한다. 안은미마저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73년간 남북의 춤이 유리된 것은 당연했다.

그러던 안은미가 드디어 경계를 넘어섰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모양새를 띠게 된 북한춤을 남한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선보이기로 했다. 이른바 ‘안은미의 북한춤’이다.


안은미는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브와 재일교포 안무가 등을 통해 수집한 북한춤의 기본 동작을 토대로 내 나름의 북한춤 연구결과를 무대화한 것”이라며 “안은미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북한춤, 남한 무용수가 만나 예상치 못한 아이가 탄생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작품 구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아리랑×5’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군대 사망사고 피해 유가족과 함께 ‘쓰리쓰리랑’을 선보였던 안은미는 북한이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 원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재단의 전통 공연예술 확장 실험 시리즈 ‘문밖의 사람들-門外漢(문외한)’의 시작을 장식한다. 안은미는 “나의 멘탈리티에는 항상 분단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이 작은 땅을 벗어나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남의 나라로 가는 것밖에 없었지만 이젠 땅을 넘어, 바다를 건너 춤을 출 수 있는 시대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시당에서 열린 ‘안은미의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시당에서 열린 ‘안은미의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무 작업은 조금 독특했다. 북한 현대 무용에 대한 자료를 직접 구할 수도 없고 북한을 방문해 현지 예술인들을 만날 수도 없었던 탓에 최승희가 1958년에 낸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을 바탕으로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북한춤 영상을 참고자료로 썼다. 이후 재일교포 안무가인 성애순 씨의 도움을 받아 기본동작을 구성했다.


안은미는 “우리 춤이 장중하고 무겁다면 북한춤은 척추가 서 있고 하늘을 나는 듯 위를 향한다”며 “처음엔 북한춤에 익숙지 않은 우리 무용수들도 동작을 체화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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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작업이 안은미에게 남긴 것은 “오랜 분단에도 지금 남북 무용수가 만나면 같이 출 수 있는 움직임이 분명 있다는 사실”이다. 안은미는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휘모리장단 등 장단이나 안무 구성방식도 우리와 유사한 형식이 그래도 남아있더라”며 “남과 북은 분단 이후에도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춤의 기본동작에 대해 “세계 민족 무용 중 가장 배우기 쉬운 춤일 것”이라며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무엇이든 다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개방적”이라고 소개했다.

음악으로는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저작권 등의 문제로 작곡가 장영규의 창작음악이 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의 유명 극장 ‘떼아트르 드 라 빌’에서도 공연된다. 그는 최근 이 극장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상주예술가로 선정됐는데, 상주예술가로서 첫 번째 선보이는 작품이 ‘안은미의 북한춤’이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전 세계적으로 남북 문화 교류에 대한 관심이 커진 터라 이번 작품 역시 벌써 세계 유수의 극장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춤은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언어가 없어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요. 경계선 없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 힘이 제가 계속 춤을 추는 이유입니다.” 다음 달 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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