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 4세 경영 시동] 구광모, 장자승계 원칙따라 경영 전면에... '소프트 랜딩' 공식화

LG "具 상무, 그룹 주요 현안 챙길 것"

㈜LG '3대 주주'로 지분율 확대는 과제

구본준 현역할 유지하다 계열분리 예상

지난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구자경(앞줄 왼쪽 세번째) LG 명예회장 미수(米壽)연에서 LG 일가가 기념 떡을 자르며 축하를 하고 있다. 구본무(앞줄 왼쪽 첫번째) LG 회장과 구본준(뒷줄 왼쪽 두번째) LG 부회장과 구광모(〃〃세번째) LG전자 상무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제공=LG지난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구자경(앞줄 왼쪽 세번째) LG 명예회장 미수(米壽)연에서 LG 일가가 기념 떡을 자르며 축하를 하고 있다. 구본무(앞줄 왼쪽 첫번째) LG 회장과 구본준(뒷줄 왼쪽 두번째) LG 부회장과 구광모(〃〃세번째) LG전자 상무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제공=LG



재계 4위 LG그룹의 4세 경영권 승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故)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LG의 3대 총수인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LG의 후계 승계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LG 경영권 승계의 관전 포인트는 40대 초반의 젊은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승계 ‘소프트 랜딩’과 이 과정에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역할이다.

LG는 17일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의 ㈜LG 사내이사 선임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후계 구도를 사전에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인정했다. 1978년생인 구 상무로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상무가 젊지만 그에게는 장자 승계 원칙이라는 그룹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확실한 명분이 있다”면서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 체계가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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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구자경·구본무 이어 구광모…4세 경영승계 본격화=구 상무의 ㈜LG 이사회 진입은 4세 후계 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주사가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컨트롤타워이고 이사회는 이 컨트롤타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인 LG는 여타 대기업과 달리 ㈜LG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주사가 지배회사로서 법적 실체가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분도 ㈜LG에 집중돼 있다. LG상사 정도가 최근까지 지주사 우산 밖에 있으면서 구본무 회장 등 오너가 일부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었지만 최근 지주사 안으로 들어왔다.

LG의 한 관계자는 “구 상무가 ㈜LG의 이사회 멤버로서 인사와 투자 등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지주사 이사회에 합류하면 현재 맡고 있는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현재 사내이사 3명(구본무 회장·하현회 부회장·김홍기 전무), 사외이사 4명(윤대희 가천대 교수·이장규 짐코 회장·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최상태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으로 구성된 ㈜LG 이사회는 구 상무 신규 선임과 함께 김 전무를 하차시키면서 상법상 ‘사외이사 수 과반’ 규정을 충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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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후계자’ 구광모 상무 승계 위한 과제는=구 상무가 ‘장자 승계 전통’이라는 LG의 원칙상 후계자임이 공식화됐지만 지분상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최대주주에 올라서야 실질적인 그룹 총수에 올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 6.2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11.28%를 보유한 구본무 회장이고 2대 주주는 7.72%를 지닌 구본준 부회장이다. 구 상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LG전자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 2006년에는 2%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보유분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고 상속·증여받으면 구 상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구 상무가 내야 할 상속세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상속 재원 마련이 숙제로 꼽힌다.

◇구본준 부회장 거취도 관심=와병 중인 형을 대신해 지난해부터 그룹 전면에 선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뿐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LG 사정에 밝은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LG 내부적으로 구 부회장이 당분간 그룹 경영을 지휘하면서 구 상무의 안착을 돕기로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상무가 명실상부 LG 총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 부회장이 일종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거 1~3대까지 이어진 LG의 경영권 승계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 등을 통해 독자 사업영역을 개척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3형제(구태회·구평회·구두회) 및 동생 일가는 LS그룹을 이끌고 있고 구 창업주의 차남들도 LG를 떠나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구본식은 희성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가 지주사 사내이사가 됐다고 해서 구 부회장의 역할이 당장 변하지는 않겠지만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향후 독립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재영·신희철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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