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베트남 휴양도시 붕따우에서 헬기의 ‘굉음’을 견디며 1시간30분가량 이동하자 구름 아래로 거대한 노란색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구조물 한쪽에서는 베트남의 뜨거운 태양에 열기를 더하겠다는 듯 하늘을 향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여기는 11-2 해상 플랫폼입니다. 베트남 가스 공급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헬기에서 내리자 작업복을 입은 한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헬기의 승객들을 맞이했다.
11-2 플랫폼은 3,500m 해저에서 가스를 뽑아내는 웰 헤드 플랫폼과 가스처리시설 및 직원거주공간이 있는 압축플랫폼의 결합체다. 웰 헤드(유전 플랫폼)는 가로 40m, 세로 20m, 압축플랫폼은 가로 60m, 세로 30m나 된다. 책임자인 도 수안 칸은 “30여명의 직원이 3주씩 2교대로 작업하며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스는 해저관을 통해 베트남 가스처리시설로 옮겨진다. 명실공히 베트남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는 것이다.
11-2 광구는 탐사부터 생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석유공사는 지난 1992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11-2 광구의 개발권을 획득했다. 2009년까지 17년간의 탐사와 2003년부터 2034년까지 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광구의 운명도 위기에 처했다. 외화부족으로 투자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성공 가능성 없는 곳에 외화를 낭비한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광구 운영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4년부터는 회수액이 투자액을 넘어섰고 매년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1만6,700배럴. 1,000배럴은 자동차 2만대를 하루에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3만3,400여대의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뽑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붕따우 해상에 있는 15-1광구도 외환위기와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의 공세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고 ‘노다지’를 일군 성공사례다. 엑손모빌·셰브런 등 대형 글로벌 석유회사를 제치고 입찰을 따낸 것은 지금도 ‘기적’으로 회자 된다. 15-1광구의 지난 3월 말 기준 하루 생산량은 5만3,100배럴. 지난해 말까지 총 21억947만달러를 투입하고 31억1,544만달러를 회수해 10억달러가량의 누적이익을 남겼다. 15-1 광구의 생산량은 앞으로 더 늘어난다. 현재 석유를 생산 중인 갈사자·흑사자·금사자 지역 외에 백사자에서도 가스층을 개발해 생산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투자한 베트남의 2개 광구는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현준 석유공사 베트남사무소 부장은 “석유광구인 15-1플랫폼은 유가와 수익성이 정비례한다”며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추가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15-1 광구의 채굴기간 연장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는 등 베트남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베트남에는 26개의 석유회사가 탐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외국계 석유회사 18개, 합작회사 4개, 베트남석유공사(PVN) 자회사 4개다. 운영광구는 총 80개로 이 가운데 탐사광구가 47개, 개발광구 12개, 생산광구가 21개다. 이처럼 베트남 석유가 주목받는 것은 비록 중동 등 주요 산지에 비해 매장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적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원유의 품질도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베트남 해상광구는 한순간의 어려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대표 성공사례”라며 “글로벌 석유업체들도 베트남 투자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붕따우=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