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수박물관을 운영하는 허동화·박영숙 부부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소장유물들을 서울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한국자수박물관이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를 비롯한 각종 직물공예품과 장신구 등 5,129점을 무상 기증받아 현재 건립중인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기증받는 유물 가운데는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3건도 포함됐다.
자수사계분경도는 꽃, 나비, 분재 등을 수놓은 병풍으로 기법, 구도, 바탕직물 제작 시대, 실 직조 방법 등으로 미뤄 고려 말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터키 대사 부인이 선점해 외국으로 반출될 상황에 놓인 것을 허동화 관장 부부가 인사동 고미술상을 설득한 끝에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후기 왕실 내인이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국가민속문화재 제41호 ‘운봉수향낭’, 제42호 ‘일월수다라니주머니’, 제43호 ‘오조룡왕비보’도 가치가 높은 유물로 평가 받는다.
기증된 유물은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옮겨져 2020년 5월부터 상설 또는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허 관장은 1970년대 초부터 한국 민화 연구자이자 민중박물관 건립운동을 주도한 조자룡 선생 조언을 듣고서 자수병풍, 보자기를 수집하며 소장 분야를 특화했다.
치과의사인 박영숙씨는 평소 자수 예술에 관심이 많아 남편의 자수 유물 수집을 도왔다. 박씨는 다듬잇돌 등 침선용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허 관장은 그 동안 11개국을 돌면서 소장 유물을 전시해 우리나라의 자수 공예문화를 알렸다.
노환으로 병상에 있는 허 관장은 “우리 자수가 외국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어머니 같은 여성이 꿈과 염원을 담아 수놓은 유물의 미감이 세계인의 보편적 감수성에 닿아있기 때문”이라며 “이 유물들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아 행복했는데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의 중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