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산하기관·검찰 근무 여성 직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범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범죄를 수사 일선에서 다루는 여성 검사조차 70% 이상이 피해 경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인숙 대책위 위원장은 법무부 본부조직을 비롯해 검찰청, 교도소·구치소, 출입국·외국인청 등 전국 법무부 소속기관 여성 구성원 8,194명(7,407명 응답)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61.6%가 임용 후 조직 내 성희롱·성범죄를 경험한 것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 중 42.5%가 임용 3년 이하 초임 직원이었다.
특히 검찰 조직에서 해당 피해를 겪은 여성은 전체의 65.1%에 달했고, 검사의 경우는 무려 70.6%에 이르렀다. 범죄를 수사하는 조직일수록 오히려 피해율이 높은 셈이다.
가해자와의 직무상 관계와 사건 발생 장소는 상급자와 회식장소가 각각 85.7%, 64.9%로 가장 많았다. 2차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도 12.1%에 달했다.
성희롱·성범죄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가 약해서’라는 답이 63.9%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또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행실을 문제 삼는 분위기’를 꼽은 비율이 70.9%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법무부 산하 소속기관에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회의를 연 횟수는 고작 3회에 불과했다. 7년간 성희롱 고충사건을 처리한 사례도 18건에 그쳤다. 내부 구성원들이 해당 시스템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책위는 모든 성희롱·성범죄 사건을 법무부 장관 직속 전문 기구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사건 접수 시 조직보호 논리에 따른 회유·은폐 시도를 피하기 위해 내부 결재 없이 법무부에 바로 직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권 위원장은 “앞으로 대책위 2기 활동을 연장해 법무·검찰 내 성평등 조직문화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