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촉발한 신흥국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통화방어가 시급해진 중앙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경기 부양책에 급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 경기의 불안정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이 이어지자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가 3.1%를 돌파할 정도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 각국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1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7일물 역레포 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도네시아가 기준금리를 높인 것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2016년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8번이나 기준금리를 내렸던 인도네시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속절없이 추락하는 루피아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 수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에서 정체돼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 것이 더 급했다는 판단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만4,000루피아까지 떨어지며 다른 신흥국보다 2배 이상 큰 낙폭을 보여왔다.
2016년 10월 이후 12차례 연속 금리를 낮춰온 브라질 중앙은행은 앞서 16일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하며 2년 가까이 지속해온 인하 기조에 제동을 걸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물가상승률 안정과 경기부양 필요성으로 최소한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지만 최근의 자금이탈 압박에 못 이겨 ‘깜짝’ 동결에 나선 것이다. 특히 브라질 중앙은행이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 1·4분기 경제활동지수(IBC-Br)가 전 분기 대비 -0.13%를 기록할 것이라며 브라질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금리동결에 대한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2015~2016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간신히 벗어난 지 1년 만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되돌아가는 와중에도 통화당국이 금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신흥국 위기설’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 경기 회복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거시경제 여건상 금리를 추가 인하하려던 중앙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올해 들어 11% 가까이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각국 통화당국의 이 같은 고육지책이 통화방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7년 만에 최고치인 장중 3.102%까지 오르는 등 미국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자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