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사실상 인수 마무리] 낸드시장 강자 부상...中 추격 따돌릴듯

도시바와 시너지 기대

이달내 거래 종료 계획

“매각대금 입금과 거래 종료를 위한 마무리 절차만 남았다고 보면 됩니다. 1년 이상을 끌어온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는 얘기입니다.”

17일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000660)가 속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승인하자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몽니’로 거래 자체가 무산될 뻔한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환영한다”면서도 “인수 주체인 베인캐피털에서 공식 입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아직 거래가 최종 마무리된 게 아닌 만큼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시바 매각 포기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매수·매도 주체인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 간의 거래 계약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단순 변심으로는 딜을 깰 수 없는 ‘장치’를 두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미 도시바 이사회에서도 승인이 난 사안이라 일부 주주가 반대한다고 거래를 무효화할 순 없다”면서 “거래 종료를 위한 마무리 절차 역시 이달 안에 곧바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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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무엇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강자인 SK하이닉스의 보폭이 넓어진다는 게 가장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낸드 업계는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40.4%)를 비롯해 도시바(16.2%), 웨스턴디지털(14.8%),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9.9%) 등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 업계 4위인 SK하이닉스가 2위인 도시바와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M램’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의결권 없는 지분을 최대 15% 확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수에 참여한 만큼 도시바 경영 등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 “SK하이닉스가 4조원이라는 돈을 투자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 혹은 중화권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노골적으로 한국 반도체를 견제하는 중국이 도시바를 손에 넣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혔다. 결국 이번에 SK하이닉스가 투자한 4조원은 낸드 업계가 급변하는 것을 당분간 막은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이번 매각은 도시바가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7,000억엔 부실로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자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인수전에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이 손잡은 한미일 연합,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한 신 미·일 연합, 대만의 훙하이정밀(폭스콘) 등 3개 진영이 경합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9월 말 한미일 연합과 협상진행 각서를 체결한 뒤 이사회를 열어 매각을 확정했다. 이번 도시바 메모리의 총 매각 금액은 약 20조원에 달했으며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약 4조원의 도시바 메모리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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