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새책200자] 순수 外




하나의 살인사건 들추는 일곱 이야기

■순수(조너선 프랜즌 지음, 은행나무 펴냄)=미국 인기 작가인 조너선 프랜즌이 2015년 발표한 작품으로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위에 뽑혔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은 소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주인공인 젊은 여성 ‘핍 타일러’를 중심으로 핍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인물들이 각 장마다 등장해 독립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구조다. 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 1960년대 뉴욕 등지를 오가는 이야기들은 퍼즐처럼 이어져 하나의 살인 사건을 드러낸다.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1만8,500원






2,000년 서양 철학사 한눈에

■세상을 알라(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독일에서 철학 관련 방송을 진행하는 저자가 대중을 위한 교양서 형식으로 펴낸 서양 철학사다. 세 권짜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고대와 중세 철학을 다뤘다. 기원전 624년에 태어난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부터 14세기 이탈리아 인문학자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까지 약 2,000년에 걸친 철학사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저자는 철학적 사유가 토론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사를 공부한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에 살았던 또 다른 철학자를 이해해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2만5,000원



뒤늦게 깨친 글로 쓴 인생사


■엄마의 꽃시(김용택 엮음, 마음서재 펴냄)=2012~2017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 100편을 선정해 엮었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이 시를 고르고 시를 읽은 감상을 글로 보탰다. 책에 실린 작품 대부분은 마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고령의 할머니들이 평생 처음으로 글을 배워 쓴 시들이다. 가끔은 맞춤법도 틀리고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물을 보는 남다른 관점과 창작열은 여느 프로 시인 못지않다. 김용택은 “글을 쓴답시고, 시를 쓴답시고, 제가 얼마나 시건방을 떨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시대의 선생님들입니다”고 고개를 조아린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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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픔 어루만진 구순의 세월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세라 윈먼 지음, 문학동네 펴냄)=2011년 데뷔작 ‘신이 토끼였을 때’로 빛나는 유년의 순간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포착해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배우 겸 작가 세라 윈먼의 두 번째 소설이다. 아흔 살을 목전에 둔 노인 마블러스 웨이즈와 전쟁의 상처로 삶의 방향을 잃은 청년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주인공이다. 소설은 인생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우연인 듯 운명처럼 만나 한 해를 함께 보낸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자라나는 우정과 그 속에서 움트는 삶의 희망을 그린다. 폭력이 인본주의를 말살한 세계 대전의 폐허 위에서 주인공 마블러스 웨이즈(Marvellous Ways)는 90년의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삶의 경이로운(marvellous) 이야기로 청년의 아픔을 치유한다. 1만4,500원



오늘날 페미니즘은 껍데기만 남았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북인더갭 펴냄)= 페미니즘 사상가로 유명한 저자가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오늘날의 페미니즘을 강렬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원래 페미니즘이 가진 급진성은 점점 사라지고 그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 껍데기만 남았다고 지적한다. 지적인 액세서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적 문화의 부당함은 외면한 채 100대 기업에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몇 명인지, 의대 졸업생 중 여성이 몇 명인지 등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가부장제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만3,5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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