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구상’을 ‘한국 모델’이라는 용어를 들어 비핵화 방식을 구체화했다./출처=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한국 모델’(a South Korean model)이라는 용어를 들어 미국이 구상하는 비핵화 방식의 그림을 한층 구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 모델 관련 질문에 대해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모델이 될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근면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사람들”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된 리비아 모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모델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즉각 국외(미국)로 넘길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북한은 리비아 모델이 거론되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북미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내비쳤고, 이에 백악관은 16일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리비아가 아닌 ‘트럼프 모델’을 따른다”고 서둘러서 해명한 바 있다.
새로이 거론된 ‘트럼프 모델’의 실체에 궁금증이 쏠린 가운데 이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모델’ 발언은 바로 이 ‘트럼프 모델’을 한층 구체화한 표현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리비아와 지금 북한의 사례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한국 모델’이 어떤 그림이 될지도 밝혔는데, 핵심은 ‘번영과 체제보장 약속’으로 요약된다.
이는 최근 북한을 두 번이나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의제 등을 조율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비핵화 구상과 결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폭스뉴스와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대규모 민간 투자가 허용될 것이라고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공적 원조 형태가 아닌 민간 투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2차 대전 후 미국이 유럽 경제 부흥을 위해 마련한 ‘마셜플랜’을 빗대어 ‘북한판 신(新) 마셜플랜’이라는 분석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모델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이 한국 수준의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 해주겠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경제적 지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북한의 체제보장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핵포기 대가로 미국에 1순위로 요구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을 추가적으로 설명하면서 “우리는 그 나라를 몰살시켰다(decimate). 그 나라는 몰살됐다”며 대량 파괴, 대량 살상 등을 뜻하는 단어인 ‘decimate’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비참한 최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협상)은 카다피를 지키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 우리는 카다피에게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주겠다, 군사적 힘을 제공하겠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북핵협상은) 김정은과 하는 것이다. 그는 그의 나라를 이끌고 있고, 그의 나라는 매우 부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결국 카다피 정권이 몰락했다는 사실에 북한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북한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것이다. 미 언론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미협상이 무산되지 않도록 북한을 달래는 동시에 체제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독재자 감정은에게 계속 권좌에 남게 될 것이라고 안심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