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재용·정의선·정기선·조현준…'4050 총수' 전성시대

[LG도 '구광모 4세 경영'…재계 '젊은 피' 확산]

삼성·현대차 등 5대 그룹 모두 사실상 세대교체

한화·현대重·코오롱도 차세대 오너들 보폭 넓혀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의 전면으로 나서면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차세대 총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이들 그룹의 경영권을 쥔 오너들은 모두 40~50대의 젊은 피다.

재계의 대표적인 젊은 총수로는 최태원 SK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부친인 고(故) 최종현 전 회장이 타계한 지난 1998년 38세의 나이에 SK㈜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계의 우려와 달리 최 회장은 SK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며 젊은 총수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과 동시에 닥친 외환위기의 파고를 이겨낸 것은 물론 2011년에는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해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반도체로 키워 냈다. 최근에는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일본 도시바 반도체를 품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역시 창업 3세인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굳어졌다. 201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후에도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6년 미국의 전장 기업인 하만 인수를 진두지휘하면서부터다.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9조4,000억원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 ‘최순실 게이트’에서 뇌물과 재산해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돼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이 부회장은 올 2월 석방 후 해외 출장을 통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30년 만에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시대’가 공인된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경영 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각종 모터쇼는 물론 제네시스와 코나 등 브랜드의 주요 신차 행사에도 정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 역시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의 세대교체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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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도 지난해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다. 2017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 회장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총리를 직접 만나 사업협력을 강화하는 등 베트남 시장을 복합생산기지로 삼아 글로벌 효성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한국타이어 역시 올해 초 조양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조현식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조 부회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타이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은 총수 자리를 넘겨받지는 않았지만 경영 일선에 나선 젊은 피들도 있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큰아들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3월 말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하며 3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거친 후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도 대표적인 차기 주자로 꼽힌다. 김 전무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이자 4세 경영인인 이규호 ㈜코오롱 상무도 올 2월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으로 등장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존 총수들 역시 대부분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창업 3세 혹은 4세들 역시 일찌감치 능력을 검증 받고 있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가 빠르게 이뤄지는 게 그룹 전체를 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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