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서경이 만난 사람] 김병원 회장 "글로벌 농식품시장 6조弗...농협, 농업 해외진출 첨병 역할할 것"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농자재값 인하 등 농민지출 절감 노력...농가소득 100만원 늘어

농우바이오 R&D 역량 키우고 금융 계열사 적자 점포 구조조정

농촌 태양광 활성화 위해 정부 인허가 규제 풀고 예산 늘려야

김병원 농협 회장./송은석기자김병원 농협 회장./송은석기자



/대담=이철균 경제부장 fusioncj@sedaily.com

지난해 국민 1인이 소비한 쌀은 한 가마니도 안 되는 61.8㎏.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970년(136.4㎏)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쌀 소비량이 줄다 보니 매년 과잉생산이 발생하고 농가소득은 위태위태하다. 농업 인구도 점차 감소해 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미국 등 농업 강대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농업 시장 추가 개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방어는 오롯이 농업인들의 몫이다. 농심(農心)을 대변할 수 있는 거대 조직인 농협에 거는 농업인들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농협은 농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농협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농업인의 비율이 8%밖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 농민의 이익보다는 금융지주의 몸집만 불린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매년 임직원들의 비리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농협이 조금씩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3,700만원대에 머물다가 오히려 줄어들기까지 했던 농가소득이 2017년 3,800만원선으로 올라갔고 쌀값도 2016년 12만원에서 20년 전 수준인 17만원선을 회복하면서다. 농협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김병원(사진) 농협중앙회 회장을 만나 ‘농가소득 5,000만원’ 방안과 농협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 대해 물어보았다.


구글은 2015년 ‘파머스비즈니스 네트워크(FBN)’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FBN은 종자와 토양, 데이터분석을 통해 농업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로 2014년 설립된 회사다. 구글의 투자 이후 FBN은 미국 약 17개 주에 농작물 수확량과 맞춤형 비료를 제공하는 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구글을 비롯해 농업과는 거리가 먼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과 듀폰도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등 농업에 대한 가치투자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14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우리나라 농업 시장에 대한 해외나 국내 기업의 투자도, 또는 해외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 역시 매우 부진하다는 것. 김 회장은 “세계 식품 시장은 6조3,000억달러 규모로 자동차 시장이나 정보기술(IT)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농협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농업·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과 기업들이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며 “농협부터 우리나라 농산품의 해외진출을 돕고 국내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맞춰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농협은 중국 공소합작총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공소그룹 온라인 쇼핑몰 내에 한국관을 개설해 농협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농우바이오의 중국 내 종자 판매허가를 취득하고 농협 사료의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계열사에서도 중국의 보험회사 인수를 협의하고 있고 중국으로의 지분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회장은 “올해 안에 인도에서 농협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2016년 5월에 인도 현지 사무소를 세운 후 수도인 뉴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에 지점을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김 회장이 2016년 3월 취임 이후 곧바로 해외 시장에 관심을 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농협의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농민들로부터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2016년 상반기 경영손익은 1,357억원까지 불어나 있었다. 우선 김 회장은 농협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농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일반 국민들과 차별되지 않는 농협 직원들의 의식 구조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김 회장은 “농협 임직원의 가슴에서는 농심과 농협의 정체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심 끝에 나온 해법은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농협대학교에 이념중앙교육원을 개원하고 임직원들에게 농협의 역할과 농업에 대한 기본 소양을 깨우치도록 한 것. 처음에는 직원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샀다. 농협은행으로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 “나는 은행원으로 입사했는데 왜 농업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불만을 나타낼 정도였다. 무박 2일로 진행되는 콘퍼런스도 개최됐다. 계열사나 직급에 관계없이 전국에서 올라온 직원들을 무작위로 편성해 조를 만들고 토론을 하고 농협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라는 조직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념교육과 콘퍼런스를 통해 협동조합이라는 가치와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임직원들의 정신이 무장되자 농협의 지표들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2017년 농협의 손익은 5,236억원으로 10년 만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농가소득이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3,824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3,722만원에서 2016년 3,720만원으로 떨어진 직후 104만원(2.8%)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농협이 자재 값 인하 정책을 실시하는 등 농민들의 지출 절감을 위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취임하면서 농가소득을 5,000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간 3,700만원을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100만원 정도 올랐다”면서 “흡족하지 못하지만 몸부림을 쳤더니 효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협에서 농기계와 사료, 종자 가격을 내려 전체 농민들의 총지출을 6,000억원 정도 줄인 게 농가소득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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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DNA 고착과 농가소득 증대의 모멘텀을 마련한 김 회장의 올해 행보는 농협 계열사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2년 농협 신경 분리 이후 계열사 유지 비용에 자금이 낭비돼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경영진단 컨설팅은 5월 말 최종 결과가 나온다”며 “도출된 비효율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계열사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경제지주 계열사의 연구개발(R&D) 혁신. 김 회장은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의 R&D 역량을 대폭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우바이오의 경우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부족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유통과 식품, 제조 계열사도 R&D 인력을 적극 보강하고 성과가 창출되면 보상도 과감하게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계열사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적자점포는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업 외 소득의 주요 요소인 농촌 태양광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북 장수에서 고추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이 350평에서 고추로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240만원 정도였다”며 “태양광을 하고 나니 월에 110만원을 벌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태양광 시설과 도로와의 이격거리 지침 및 조례를 폐지하고 2,000억원에 불과한 농촌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청년농 육성 정책에 대해 김 회장은 “기존의 청년 농업농 육성 정책은 청년농의 적성조차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돈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평가하며 “미래농업 지원센터를 소위 농군사관학교처럼 만들어 농사를 지어보게 하고 판로까지 만들어내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이 젊은이들의 귀농과 창농 환경 조성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약력]

△1953년 전남 나주 △광주농고 △광주대 경영학과 △전남대 경영학·농업개발학 석사 △전남대 경제학 박사 △13·14·15대 남평농협 조합장 △NH무역 대표이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 △농협양곡 대표이사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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