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음반업계 1위인 소니가 23억달러를 투자해 2위 음반사인 EMI를 집어삼켰다. 소니는 앞서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누피의 저작권을 가진 미국 피너츠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영국 록그룹 ‘퀸’과 세계 3대 디바 ‘비욘세’ 등의 음원을 대거 보유한 EMI까지 인수하며 콘텐츠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니는 22일 자회사인 소니아메리카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회사 무바달라가 보유하고 있던 EMI뮤직퍼블리싱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EMI의 운용사인 DH퍼블리싱 지분 60%를 사들이면서 EMI 지분도 같이 인수한 것이다. DH 지분 40%를 보유한 소니는 이번 합의로 DH를 완전 자회사화했다. 간접지분까지 포함해 소니가 갖게 되는 EMI 지분은 90%에 달한다.
인센티브 등의 비용을 포함한 총 인수금액은 2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합병(M&A)은 지난 1989년 소니가 미국 영화사 콜롬비아픽처스를 48억달러에 인수한 사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소니의 콘텐츠 투자 욕심...왜?
이익 꾸준히 나오는 사업 집중
요시다 CEO 경영전략 반영
소니가 애니메이션과 음원 등 콘텐츠 투자에 열을 올리는 데는 지속적인 이윤창출을 노릴 수 있는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사업을 중시하겠다는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4월에 취임한 요시다 CEO는 이날 발표한 중기 경영계획에서 “앞으로는 단지 TV와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을 판매하던 영업 대신 콘텐츠 정기구독처럼 이익이 꾸준히 나오는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콘텐츠와 정보기술(IT) 인수합병을 위해 지난 3년간 1조4,800억엔에 그쳤던 현금 유동성을 향후 3년간 2조엔까지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EMI 지분 인수는 이 같은 요시다 CEO의 구상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0만곡의 음원을 보유한 EMI 인수로 소니는 세계 최대 음반사로서의 입지를 굳힐 뿐 아니라 음원 스트리밍(인터넷 기반 재생 서비스) 시장의 성장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요시다 CEO는 “이번 투자는 콘텐츠 지적재산권 확대를 위해 우리가 정확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