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29일 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서 지난해부터 처리한 주요 인권 진정 사례를 발표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지난해 955건, 올해 1∼4월 259건의 인권 진정사건을 접수해 조사 중이다. 조사가 종결된 것 중에는 교수가 대학생에게 1시간가량 얼차려를 준 사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게 한 사례까지 있어 인권 개선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주요 사례의 세부 내용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진정인의 성명·성별·나이, 피 진정기관, 지역 등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모 대학에서는 소방교육 도중 일부 학생들이 떠들고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는다고 교수가 조교들을 시켜 해당 수업의 134명 전체 학생들에게 1시간 동안 팔 벌려 높이뛰기와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등을 시켰다.
대학 측은 화재진압 훈련이 위험해 개별행동을 제한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전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교육을 한 점 등을 들어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한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의 반을 옮기고 사과문을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낭독시켰다.
학교 측은 사과문 낭독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와 반성을 유도한 교육목적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생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게 하고 스스로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밝히도록 한 것은 상당한 수치심을 유발하고, 가해 학생에 대해 낙인 효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한 지체장애인은 실내수영장에서 진행되는 장애인 대상 수영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하였으나, 장애인을 위한 탈의실·샤워보조기구 등 편의시설이 없어 차별을 받았다는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영장이 1990년대에 준공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당 수영장이 장애인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한 시설인지를 사전에 검토했어야 했다고 판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포함한 관리 감독을 권고했다.
한 대학은 학교 측과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대기발령 중인 교수의 교수연구동 출입을 금지하고 학교 전산망 접근도 금지했다.
학교 측은 진정인이 대학과 법인을 마치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도록 해 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학생 모집 차질 등 해교(害校) 행위를 해 징계를 위한 대기발령 상태로 이러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파면 처분 취소 소송 등에서 진정인이 승소한 점 등을 들어 헌법 제15조에 규정된 진정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한 진정인은 토익 성적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생에 대해 동계방학 중 캠프라는 이름의 특별교육을 하고, 이를 신청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여한 학교 측 행위를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수강 등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학생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특별교육을 강요하고 벌점을 부과한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다.
결국,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였다고 판단하고, 특별교육 참여 여부를 학생들의 자율에 맡길 것을 학교 측에 권고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