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불황이 바꾸는 패션지도] 커피·카페·술...패션 '토털 브랜드'로 갈아입는다

<상> 본업보다 부업 늘리는 패션

경기침체·소비트렌드 변화 따라

'한우물' 벗어나 업종경계 허물어

카페·홈인테리어 시장까지 공략

코오롱FnC 헤드 등 백화점 탈피

1020 타깃 모바일·온라인 집중




장기간 지속 되고 있는 불황이 패션업계의 산업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소비 침체, 저출산 등으로 인해 패션업계가 겪는 고충은 다른 산업보다 크다. 본업 보다 부업을 확장하고, 이종 산업에 진출하는 등 여러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패션이 ‘패션’을 버리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바뀌는 패션산업 지형도를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 블랙야크는 최근 커피 원두 로스팅 회사인 ‘커피클릭’을 인수했다. 커피클릭은 2012년 설립돼 네팔의 원두커피를 생산, 유통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블랙야크가 초반에는 고객들을 위한 원스톱 멀티 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해 향후 커피 관련 사업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LF(093050)는 지난 5년간 주류회사, 식자재 회사 등을 공격적으로 M&A하며 화장품, 가구, 생활용품 등 제조 사업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오는 9월에는 헤지스 남성 화장품을 론칭해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 든다.

불황이 바꾸는 패션산업의 첫 키워드는 ‘토털 브랜드’화다. 장기 불황에다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패션 하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한 패션 전문가는 “업종간 경계를 허무는 한편 ‘돈 되는 것은 다 한다’는 것이 최근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 ‘한 우물파면 망한다’… 토털 브랜드 = 패션 업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토털 브랜드화’이다. 의류부터 화장품, 슈즈, 리빙 소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편집숍’의 장점을 그대로 모은 듯 패션도 브랜드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한 자리에 다양한 쇼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외 패션 브랜드들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방향을 추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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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와 LF 외에도 코오롱FnC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올모스트홈 카페’를 오픈했다. 이에 맞춰 브랜드를 의류·가구·카페로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PB브랜드인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와 니트 브랜드 ‘일라일’은 가을·겨울 중심의 수요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털 브랜드화를 선언했다. 델라라나는 지난해까지 20% 비중을 차지하던 우븐 소재의 바지·셔츠· 블라우스 등을 이번 봄여름 시즌에는 50%까지 늘렸다. 원래 타깃층이 높았던 일라일은 20대까지 연령층을 낮추며 ‘논 에이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아웃도어의 침체로 고전하던 아이더는 ‘아이스 진’이라는 기능성 데님을 앞세워 데님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져 실용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홈 인테리어 시장의 확대에 따라 헤지스도 ‘헤지스홈’을, 형지의 골프웨어 ‘까스텔바작’도 ‘까스텔바작홈’을 선보이며 다양한 파생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패션 매장에서 그릇, 주방기구만 안 팔 뿐이라”고 말했다.

◇ 백화점 전통 채널 버리고 신 채널로 = 패션의 전통 채널도 무너지고 있다. 한 예로 코오롱FnC의 헤드는 휠라코리아처럼 아예 ‘1020’으로 타깃층을 바꿨다. 이에 맞춰 패션의 핵심 전통 채널이 백화점 매장을 올해 30%까지 점진적으로 줄인다. 대신 온라인 및 모바일 매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일꼬르소는 일찌감치 모바일 중심 채널로 전환하며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의 엠비오, 로가디스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예 철수하고 온라인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성복 ‘머스트비’는 홈쇼핑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며 ‘매긴’은 상반기 중 백화점 사업을 접고 온라인 사업만 한다.

이 같은 이유는 온라인 등 신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급성장 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 패션이 운영하는 온라인숍 SSG샵에 따르면 르베이지, 바오바오 등 고가 브랜드가 입점된 지난 2017년 객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한데 이어 올 들어 5월까지 25% 신장하는 등 갈수록 증가 추세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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