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 선수’ 이정은(22·대방건설)이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을 강타했다.
이정은은 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쇼얼크리크 골프장(파72·6,68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73회 US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5언더파 67타를 적어낸 그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세라 제인 스미스(호주)와 함께 2타 차 공동 선두를 달렸다.
동명이인이 많아 ‘이정은6’으로 구분되는 이정은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상금과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주요 부문 타이틀을 석권했다. 국내에서는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LPGA 투어에서는 비회원이자 초청 선수 신분인 그가 첫날부터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정은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US 여자오픈에서도 공동 5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증명한 바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그는 비회원 반란을 재연할 발판을 만들었다. 앞서 지난 2015년 전인지(KB금융그룹), 2011년 유소연(메디힐)이 이 대회에서 비회원 우승을 차지해 미국 무대에 직행했다.
이번 시즌에는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이정은은 이날 그린 플레이를 앞세워 선전을 펼쳤다. 18홀 동안 퍼트 수가 25개에 불과했다. 4개의 파5홀 중 3곳에서 버디를 잡은 경기 운영도 뛰어났다. 마지막 9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안전하게 올린 뒤 두 번의 퍼트로 마무리해 파를 지켰다. 경기 후 이정은은 “목표로 잡은 보기 없는 라운드를 달성해 기쁘다”면서 “퍼트가 잘됐지만 아직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른 한국 선수들도 상위권에 올라 열 번째 한국인 US 여자오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1위 박인비(30·KB금융그룹)와 김효주(23·롯데), 김세영(25·미래에셋), 또 다른 초청 선수인 김지현(27·한화큐셀)이 나란히 2언더파 공동 7위로 선두 경쟁에 가세했다. 2008년과 2013년에 이어 5년 주기 우승을 노리는 박인비는 “최근 3주간 한국에 머물면서 KLPGA 투어 첫 우승(두산 매치플레이)을 차지했는데 그때 퍼트가 매우 잘됐고 그 자신감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대니엘 강, 미셸 위가 나란히 3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했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준우승한 최혜진(19·롯데)은 1언더파를 쳐 공동 19위로 출발했다. 지난해 우승자 박성현(25·KEB하나은행)은 버디 4, 보기 4, 더블보기 2개로 4타를 잃어 공동 96위에 처졌다.
한편 이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는 이븐파 72타를 쳤다. 첫 7개 홀에서 잃은 4타를 모두 만회한 것을 위안으로 삼은 그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7언더파) 등 3명의 공동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47위에 랭크됐다. 안병훈(27)이 4언더파로 공동 9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