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분기 가계동향조사가 근거라고 밝혔다. 최근 나온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도 비슷하다. 임금을 다루는 노동력 조사에서 임시·일용근로자의 3월 월평균 임금총액은 157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4.9% 올랐다. 여기서는 임시일용직 종사자도 5만명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저임금 효과가 90%다”라고 자신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다. 가구와 근로자의 소득, 분위별 소득을 봐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효과를 둘러싼 5가지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①일자리 감소를 뺀 소득증가 설명…취약계층은 고용급감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는 사업장이 있는 근로자가 조사 대상이다. 가정교사나 포장마차, 대리운전 기사 같은 서민층 일자리는 빠진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노동시장 동향을 보려면 통계청 자료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취약업종인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은 올 들어 4월까지 전년 대비 취업자가 38만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도 3개월 연속 10만명대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일자리 감소는 빼고 소득 증가만을 언급한 반쪽짜리 설명을 했다. 고용감소가 모두 최저임금 탓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저임금이 50% 오르면 저생산성 직군 실업률이 31%까지 치솟는다는 연구도 있다.
②수요확대에 도움됐나? 소비증가 효과 불분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각각 2.9%와 2.7%로 내다봤다. KDI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나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이 부진하면서 1·4분기 서비스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에 그쳤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0.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 압력도 크지 않다.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 1·4분기 1.2%, 지난달에는 1.4%였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증가→소비확대(수요증가)→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증가’가 기본 틀이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이 올 상반기에는 조금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감소하면서 내년에는 효과가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③고령화가 주요 원인인가? 노인층 최저임금에 가장 취약
정부는 소득 1분위(하위 20%) 가계의 소득감소가 70대 이상 고령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4분기 36.7%였던 70세 이상 가구 비중은 올해 43.2%까지 뛰었다. 하지만 전체 가구에서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5%에서 12.6%로 1.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는 이에 대한 힌트를 준다. 그는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최저 실질임금이 1% 오르면 임금 하위 5%에 속하는 근로자의 채용이 10.6% 감소한다고 밝혔다. 반면 30~54세는 -7.0%, 29세 이하는 -6.4%다. 특히 여성 하위 5%는 일자리가 34.6%나 급감한다.
④근로시간 영향 있나? 임시일용직 근로시간 감소
근로시간도 감소하고 있다. 고용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 3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69.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시간(-5.1%) 줄었다. 고용부는 근로일수가 0.9일 감소한 게 원인이라고 했지만 상용직이 5.1% 줄어들 때 임시·일용근로자는 6.4% 감소했다. 정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과의 관계는 판단이 어렵지만 근로시간은 확실히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로시간 감소는 최저임금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⑤임금 올해만 늘었나? 자연증가분에 최저임금 더해져
청와대는 전반적인 근로소득 증가를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내세웠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매년 오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 올해 임금상승률을 3.8%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2.7%였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은 당연히 오르는 것이지 이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임금 증가를 소득주도 성장으로 내세우려면 수요 확대와 경기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