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동맹국 발칵...나프타 재협상도 먹구름

佛 "美 결정은 불법" 항의

加 "13조 규모 보복관세"

멕시코는 美농산물 정조준

무역전쟁, 車로 확산 조짐




동맹국을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하한 관세 폭탄은 중국을 상대로 했던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보다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5월31일(현지시간)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 동부시간 6월1일 0시를 기해 유럽연합(EU)과 멕시코·캐나다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로스 장관은 이들 국가와의 협상에서 관세를 계속 면제해줄 수 있는 만족스러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로스 장관은 “재협상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유럽과 협상의 진전은 이뤘지만 면제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관세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졸지에 동맹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EU와 캐나다·멕시코는 즉각 보복 의사를 밝히며 무역전쟁의 전방위 확산을 예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세계 무역 역사에서 가장 나쁜 날”이라며 “오는 20일부터 28억유로(3조5,379억원)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발효할 것”이라고 보복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결정은 불법”이라며 “EU가 단호하고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복조치에 나서겠다고 정면 경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타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66억캐나다달러(13조8,000억원)에 해당하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리랜드 장관은 “이번 조치는 냉전 시대 이후 캐나다가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통상 관련 결정”이라며 “보복관세 부과조치는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며 미국 측의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맥주·위스키·화장지 등의 품목에 대해서도 15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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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아킬레스건인 농산물을 정면 겨냥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미국이 부과한 관세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관세를 철강·램프·사과 등 여러 물품에 부과하겠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철회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철강 관세 문제를 연계해온 미국이 회원국인 캐나다·멕시코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나프타 재협상의 앞날도 어두워졌다. 특히 트뤼도 총리가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를 이유로 재협상 타결을 위한 방미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캐나다가 수락하지 않으면 트뤼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동맹국 간 무역전쟁은 철강·알루미늄을 넘어 자동차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날 독일 경제주간지 ‘비르츠샤프츠보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고급 자동차가 뉴욕 5번가를 다니지 못할 때까지 현재의 무역정책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에 일본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해 각국과의 연대방침을 밝혔다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의 자동차 수출액은 5조5,000억엔으로 철강·알루미늄 수출액 2,100억엔을 크게 웃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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