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프랑스 4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중 하나인 됭케르크 LNG 터미널 지분 인수전에 참가한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됭케르크는 2차 대전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LNG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이후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증권사들이 경험이 없는 부문의 위험 요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됭케르크 LNG 터미널 지분 매각 전에 국내 증권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2곳이 참가한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투자 확대 강화 기조에 맞춰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컨소시엄은 삼성자산운용이 펀드 비이클(vehicle)을 꾸리고 삼성증권과 한화증권·메리츠종금증권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됭케르크 LNG 터미널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지분 65%, 벨기에 에너지 회사인 플럭시스가 25%, 프랑스 에너지 회사 토탈이 지분 10%를 가지고 있다. 이 중 EDF와 토탈의 지분 75% 중 기존 주주인 플럭시스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가져갈 35%를 제외한 나머지 40%가 이번 매각 대상이다. 지분 40%에 대한 가격은 8,000억~9,000억원선으로 평가받는다. 플럭시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인수 가능 지분은 더 늘어난다. 입찰은 이달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실무진을 현장에 파견하고 컨소시엄 업체와 막판 조건 등을 조율 중이다.
됭케르크 LNG 터미널은 됭케르크항 옆 해안가 부지 56만㎡(16만9,400평)에 총 용량 19만㎥의 저장탱크 3기 등의 시설로 구성됐다. 연간 처리 능력은 130억㎥로 프랑스와 벨기에가 1년에 사용하는 LNG 용량의 20% 규모다. 프랑스 최대 LNG 탱크선이 정박할 수 있다. 터미널 건립에는 약 5년,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가 투입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지분 투자를 두고 해외 투자처를 찾는 각사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사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장기간 이어진 유동성 파티로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투자의 시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안정적 수요가 기반이 되는 에너지 시설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탈원전·탈화력 발전이 대세가 되고 있고 각국 에너지 정책이 단일화되지 못한 유럽에서는 됭케르크 LNG 터미널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번에 입찰에 참여하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LNG 터미널에 대한 투자 경험이 없는 점이 이유다. 8,000억~9,000억원의 목돈이 들어가는데 운영 경험이 없는 부분이다 보니 위험 요소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됐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직접 현장 실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로 입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증권사 컨소시엄끼리 경쟁하면서 자칫 입찰이 과열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수한 지분을 보험사나 기관 등에 결국 셀다운(재판매)해야 하는데 물량이 많아 제대로 소화가 될지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관련 투자에 경험이 있는 글로벌 업체와의 컨소시엄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운영에 대한 리스크 검토가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강도원·임세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