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과 배우 박정민, 김고은이 참석했다.
‘변산’은 고향을 떠나 어려운 인생을 살아가던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짝사랑하던 선미(김고은)의 꾐에 빠져 고향 변산으로 돌아와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준익 감독은 ‘청춘 3부작’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사회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사실 청춘이라는 걸 개념으로 정해놓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살아있는 순간 자체가 청춘이다. 젊어서 청춘이 아니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청춘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동주’ ‘박열’과 비교해 ‘변산’이 현대적이고 유쾌한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동주와 박열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명백한 세계관을 주장한 과거의 청춘이다. 그럼 현재의 청춘은?”이라며 “최근 청춘의 애환에 대해 같이 고민하려는 듯 보이는데 그 자체를 인정하고 즐기는 것만큼 현명하게 이겨내는 방법은 없다. 학수와 선미의 현실이 정말 빡세고 지지리 궁상이지만 긍정적으로 대면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구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변두리에 있는 산을 뜻하는 변산을 장소로 고른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 속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삶의 모습을 담기에 딱 좋았다. 모두가 서울로 오고 서울에서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에게도 고향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모두 자신의 과거에서 피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고, 불편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것을 끝까지 외면하고 살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거라는 것”이라며 “다시 고향으로, 혹은 과거의 부끄러운 순간을 마주쳤을 때 그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것이 남은 삶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박정민에게는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이다. 무명 래퍼 학수 역을 맡은 그는 “현재를 살고 있는 많은 2~30대 분들처럼 혼자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발렛 파킹도 하고 따로 랩 과외도 한다. 이 친구의 꿈은 랩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래퍼로, 멋있는 척하면서 랩을 한다”고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출연한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등과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실제 자신과는 더욱 닮았다고. 박정민은 “가장 제 모습에 가까워서 연기하기에 큰 변신을 꾀한 건 아니다”면서도 “근데 랩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실제로도 랩을 좋아한다. 듣는 것도, 술에 취하면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준익 감독은 이것을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 박정민은 “이준익 감독님께서 대뜸 전화 하셔서 ‘너 랩 잘하지? 비와이 정도, 도끼 정도는 랩을 하잖아’라고 하셨다. 래퍼가 주인공인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시더라”라며 출연 비화를 전했다.
힙합을 소재로 하는 만큼 실제 래퍼들도 출연한다. 도끼, 더콰이엇, 매드클라운, 던밀스가 출연해 힙합 오디션에 참가한 학수를 평가한다. 박정민은 “우리나라를 주름잡는 분들 앞에서 랩을 했다. 저는 당사자니까 얼마나 창피했겠냐”며 “저는 랩 연습을 하는데 도끼는 복도에서 대사 연습을 하더라. 저분들도 연기하면서 얼마나 창피했을까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고은은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학수의 동창생 선미 역을 맡았다. 이번 역할을 위해 8kg 증량을 하고 사투리 연습을 하는 등 역할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사투리를 두 달 정도 연습했다”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선미는 조금 평범하고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었다. 시각적으로 가깝게 가기 위해 적당히 살을 찌웠다”고 작품에 임한 각오를 전했다.
한편 ‘변산’은 오는 7월 4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