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화투자배급 시장 춘추전국시대 활짝

국내외 큰손, 신생 배급사 설립

견고하던 빅4 배급사 입지 흔들

메가박스플러스엠 5위자리 꿰차

0615A21 연도별 한국영화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과 월트디즈니,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글로벌 대형 배급사 중심으로 돌아가던 투자·배급 시장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차이나머니와 자본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신생 투자·배급사 설립이 잇따르면서부터다.

5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11년간 쇼박스를 이끌며 오리온 그룹의 영화 사업 성장을 주도했던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는 지난 3월 대표직을 사임하고 중국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콘텐츠 제작·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오는 7월부터 영화 투자 및 배급 사업은 물론 해외 공동 제작과 드라마 제작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같은 시기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과 문영우 전 쇼박스 배급팀장도 퇴사 후 신생 배급사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이들은 화장품 브랜드 AHC를 1조원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과 손을 잡고 영화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기업 셀트리온홀딩스의 자회사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제작 중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2016년 여름 투자한 ‘인천상륙작전’의 성과에 힘입어 배급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고 지난해 1,400만 명을 끌어모은 ‘신과함께’ 제작사 덱스터스튜디오도 자체 배급 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연타석 홈런을 치기 어려운 영화 투자·배급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던 베테랑들이 신생 투자·배급사 설립에 나서면서 상위 4~5개 투자·배급사가 50% 이상의 관객을 점유하던 기존 시장 질서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J E&M은 관객점유율 15.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롯데엔터테인먼트(11.4%), 쇼박스(10.7%),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9.1%), UPI코리아(9.0%), 메가박스㈜플러스엠(7.6%), NEW(7.0%), 워너브러더스코리아(6.7%), 이십세기폭스코리아(6.4%) 등의 순이다. 현재 합병을 추진 중인 월트디즈니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합칠 경우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15.5%로 늘어나 1위로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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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투자·배급 시장만 놓고 봐도 4~5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0편 안팎의 작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최고 수익을 내는 쇼박스, 지난 5년간 15~25% 수준의 관객 점유율로 1위를 수성해온 CJ E&M까지 ‘빅4’ 투자배급사들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은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CGV아트하우스, 리틀빅픽쳐스, 씨네그루, 이수C&E 등을 제치며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5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신생 배급사들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화투자배급업에 처음 진출한 키위미디어그룹은 메가박스플러스엠과 공동 배급한 ‘범죄도시’로 600만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시장 5위를 목표로 내세운 키위미디어그룹은 올해도 영화 ‘악인전’ ‘유체이탈자’ ‘바디스내치’ ‘헝그리’ 등 4편을 투자 배급해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신생 배급사들이 당장 늘어나면서 영화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역시 신생 투자·배급사 설립이 잇따르면서 개봉작 편수는 10% 늘었지만 극장관객수와 입장권 매출액은 각각 1.3%,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순 제작비 80억원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 추정수익률 평균이 전년도 집계수익률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 역시 치열해진 배급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투자배급시장의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다양한 작품을 내놓을 기회가 많아져 긍정적”이라면서도 “흥행력 있는 한국영화를 공급하는 투자배급사가 늘어나는 것 못지않게 관객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화계에선 새로운 자본 유입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성장을 위한 단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 전문가는 “자본 유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투자받을 감독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고 관객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커진다는 점이니 시장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당장 흥행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200만~300만 관객을 목표로 하는 중소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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