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메가스터디의 인터넷 영어강사로 활동할 때 아이들에게 ‘공부할래, 게임할래’ 하고 물으면 항상 게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게임하며 공부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빅캣’ ‘뽀로로’ ‘타요’를 활용한 ‘G러닝(Game based Learning·게임 기반 교육) 콘텐츠’로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구근회(48·사진) 순수교육 대표는 최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영어를 게임하듯 공부하도록 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학습코칭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대지만 해외 진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내년에는 300억원, 내후년에는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영어교육에만 20년 이상 주력해온 구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영어교육과 복수전공)를 나와 외국어학원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메가스터디 인터넷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e러닝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교육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에듀테크(Education+Technology) 사업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청이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있었고요.”
우선 그는 2009년 오름교육연구소를 창업해 ‘공교육 혁신’과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학교를 순회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각각 자기주도학습법과 자녀교육법을 지도했다. ‘공부는 시스템이다’ 등 총 8권의 책을 쓰고 방송에도 다수 출연했다. 그때 ‘영어 등 외국어는 집에서 혼자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됐고 결국 G러닝 영어 콘텐츠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
구 대표는 “세계적 언어학자인 스티븐 크라센 미국 남가주대 교수가 ‘외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책 읽기’라고 한 점이 뇌리에 박혀 세계 3대 출판사인 영국 콜린스와 접촉했다”며 “아동 시리즈인 ‘빅캣’의 다양한 책으로 G러닝 콘텐츠를 개발하며 ‘빅캣 영어’를 내놓게 됐다”고 회고했다.
빅캣 영어는 원서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게임하듯 14번을 반복하도록 한다. 아이에게 동기부여와 학습관리를 하는 코칭선생님이 배정되고 스마트 평가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가이드도 이뤄진다.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고 내용을 다 외워 책을 동시통역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빅캣 영어는 2015년 출시 이후 회원 수 4만명을 돌파했고 재가입률이 85%가 넘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코칭선생님 역할을 하는 온라인 빅캣 영어 사업자도 700명을 넘었다.
구 대표는 아이코닉스와 손잡고 세계 어린이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와 타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G러닝 영어 콘텐츠를 개발했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에 시범적으로 들어간 데 이어 KT와 LG유플러스의 IPTV에도 조만간 선보인다. 중국어 G러닝 버전도 조만간 내놓고 콘텐츠에 가상현실(VR) 기법도 추가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영어학원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어린이가 게임하듯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이 G러닝에 빠지는 것은 똑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중국과 아세안의 교육, 출판 업체는 물론 모바일 게임사와 통신사에서 관심을 갖고 G러닝 콘텐츠를 도입하겠다는 제안이 많아 수시로 현지 출장을 다닌다. KORTA·한국콘텐츠진흥원·중소기업중앙회의 협조를 얻어 현지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바이어 미팅에 참석하면 문전성시를 이루고는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 진출이 조금 늦어졌지만 중국이나 아세안에서 ‘같이 하자’는 요청이 참 많습니다. 이를 위해 베트남 등 현지 언어로 콘텐츠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음달 초등학생용 ‘뉴 빅캣’이 나오고 오는 8월에는 영유아용 뽀로로 영어유치원 프로그램도 출시된다. 앞으로는 중·고·대학생과 성인까지 G러닝 평생 교육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중국과 아세안에서 G러닝으로 교육 한류(韓流)를 일으키는 게 제 꿈입니다. 글로벌 양극화 속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도 저렴하게 외국어 교육 효과를 만끽하도록 하고 싶어요.”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