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28260)이 매물로 내놓은 서초사옥 인수전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등 10여곳이 참여했다. 서초사옥의 매각가는 3.3㎡당 3,000만원 이상(총 7,0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산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제이알투자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싱가포르계 큰 손 메이플트리를 포함한 외국계 투자자, 농협리츠운용과 손 잡은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 등 10여 곳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국내 기관투자자, 외국계 투자자, 증권사 간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트리의 경우 그간 국내 물류센터에만 투자해 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오피스 투자에 뛰어들었다. 메이플트리는 지금까지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메이플트리로지스틱스트러스트(MLT)라는 리츠를 활용해 국내 물류센터 여러 곳에 투자를 했으며, 이번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수전에는 지주 회사 격인 메이플트리 인베스트먼트에서 참여했다.
가격도 사상 최고가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서울 3대(도심·여의도·강남) 권역 오피스 빌딩의 매입가격은 3.3㎡당 3,000만원을 넘긴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3.3㎡당 3,000만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이 강남역 인근에 조성한 서초타운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매물인데다 건물의 퀄러티가 좋고 삼성화재라는 우량 임차인이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계 한 관계자는 “3.3㎡당 3,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초기 투자 수익률(Cap Rate)가 4% 후반 정도 된다”며 “최근 강남에서 거래되는 오피스 빌딩의 초기 투자 수익률이 4% 초반 수준인 만큼 이를 감안하면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사옥 매각 대금을 어디에 활용할 지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대금을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 등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분 일부를 삼성물산이 매입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총 자산의 3%로 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20조원 가량 매각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유지를 위해 매각 물량을 물산 등 계열사가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병기·한재영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