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컬러의 말]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컬러의 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윌북 펴냄




현대미술가 윤정미 씨의 대표작 ‘핑크 프로젝트’와 ‘블루 프로젝트’는 색으로 본 사회학적 연구였다. 여자 어린이의 옷과 소지품들을 모아놓고 보니 온통 핑크색, 남자 어린이는 거의 파랑 일색이었고 이를 사진 작품으로 남겼다. 성별에 따른 선호색이 사회적 관념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꼬집은 작품이다.

모든 색들은 자신만의 이름이 있고 상징과 의미를 갖는다. 영국의 의복학자인 저자가 다양한 색깔의 탄생부터 색이 지닌 메시지의 변천사를 모아놓았다. 전문잡지에 연재한 칼럼 중에서 75가지 색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색에 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여아는 분홍, 남아는 파랑 식으로 갈리는 것도 100년 남짓 된 고정관념일 뿐이다. 빨강은 전통적으로 권력·욕망·공격성을 상징하지만 ‘매춘부의 색’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19금’을 뜻하는 빨강이기도 하지만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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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의 ‘야한 소설’들은 노란색 표지를 택했다. 그래서 당시 유럽에서는 노랑이 음란함을 의미했다. 반면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한 화가와 일부 사상가들에게 노랑은 아름다움, 억압적 질서를 거부하는 퇴폐적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졌다. 고흐가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인 ‘크롬 옐로’는 1762년 시베리아의 한 금광에서 발견된 진홍색 수정인 홍연석에서 나온 광물 안료다. 아름답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단점 때문에 고흐의 1889년작 ‘해바라기’가 점점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하양·노랑·빨강·자주·파랑·초록 식으로 색을 계열별로 묶어 이야기 한다. 노랑만 해도 블론드·인디언옐로·나폴리옐로·갬부지·오피먼트 식으로, 파랑의 경우 울트라마린·코발트·인디고·프러시안블루·세룰리안 식으로 촘촘히 나뉜다. ‘12색세트’ 물감과 크레파스에 익숙한 보통 한국사람이라면 이렇게 색을 세분화했다는 것에 놀랄지도 모른다. 낯선 색깔 이름뿐 아니라 색의 사연들이 그려낸 미시적 세계사와 인류학적 고찰이 더 흥미롭다. 허먼 멜빌이 ‘모비 딕’에서 그토록 묘사하고자 애쓴 고래의 흰색은 어떤 하양인지, 카키색이 어떻게 군인을 상징하고 울트라마린이 왜 동정녀 마리아를 상징하게 됐는지 책은 알고 있다. 1만5,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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