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의 일탈 중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지난 2010년의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 M&M그룹 회장은 2010년 10월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리고 맷값으로 2,000만원을 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1년 최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나오면서 풀려났다. 이 사건은 훗날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면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 등 안전을 위협하는 지시를 하고 운전이 마음에 안 든다며 욕설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3월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인 ‘을’들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범(凡)현대가의 일원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2014년부터 3년 동안 12명의 운전기사를 교체하면서 10명에게 주당 70~80시간 근무를 시키고 1명을 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운전기사의 근무수칙을 담은 업무 매뉴얼도 공개됐는데 그 내용은 봉건 시대 하인들이 상전을 대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밖에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취중 폭행 사건만 세 번이나 저질렀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 장선익씨도 술집 난동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중소기업 오너들도 마찬가지다.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은 상가 경비원 폭행과 가맹점에 대한 무자비한 갑질로 문제가 됐고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은 호텔 지배인을 때려 구설수에 올랐다.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했고 이윤재 전 피죤 회장은 회사의 전 사장을 청부 폭행하기도 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처럼 화를 참지 못하고 각종 범법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수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그 가운데 “한국 사회가 조선 시대의 신분제와 성리학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한 역사학자의 지적이 눈에 띈다. “신분이 엄격하게 구분되고 부와 권력, 신분, 심지어 노비까지 세습하던 과거의 관행이 청산되지 못한 채 한국 부유층의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옛 양반집 꼬마가 어른인 머슴을 때리고 남의 집 하인에게도 “이리 오너라”하는 사극 속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부유층의 갑질은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새로운 세습신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발달해 과거 같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부유층의 갑질이 곧장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다. 여기에 최근 대한항공 직원들이 오너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앞으로의 ‘갑질 오너’들은 가장 먼저 직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