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도 오전 9시30분(북한시간 기준)께 평양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이날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참매 1호는 베이징을 지나 서남방향으로 운항 중이며, 관제 콜사인이 항공편명이 없이 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이날 아침 도착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기종의 중국 고위급 전용기인 CA122편도 평양 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했다. 참매 1호는 이동 경로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CA122편과 1∼2시간 시차를 두고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는 김 위원장이 참매 1호와 중국 고위급 전용기 가운데 어느 항공기에 탑승했느냐이다. 현재로서는 수행단의 동행과 북한 측이 필요한 화물 운송을 위해 추가 항공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정확히 어느 항공기에 탔는지 아직 미지수이다. 다만 북한이 첫 장거리 운항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안전과 수행단의 편의를 위해 참매 1호 대신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와중에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고 가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수 있지만, 첫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무엇보다 안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으로 제원상 비행 거리가 1만㎞에 달한다. 4,700㎞ 거리인 싱가포르까지 재급유 없이 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1995년 단종된 노후기종이며 비행 중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화권 매체들은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임차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향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명운을 건 담판에 나서는 와중에 타국 비행기를 빌려 타고 오는 모양새가 보기 좋을 리 없다는 점에서다.
참매 1호는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오후 7∼8시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CA122편 역시 베이징에 인접해 갑자기 CA61로 편명을 변경한 뒤 지난 9일 싱가포르로 갔던 CA60과 똑같은 항로로 기수를 향했다. 지난 6일 운항을 재개한 중국국제항공의 ‘베이징-평양’ 노선 정기편은 매주 월, 수, 금요일 3회 운항하고 있다.
정기 노선 외에 이날 운항한 CA121편과 CA122편은 북한이 이번 북미회담을 위해 중국 측으로부터 임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외무부도 10일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10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참매 1호’나 CA122편에 탑승했다면 이날 저녁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