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 & Market] 세기의 만남, 빛나는 별 '카펠라'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마차부자리' 별 이름 딴 호텔서

수많은 염원 담아 열릴 북미회담

두 정상, 성공적인 결론 도출해야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다. ‘카펠라’는 겨울철 하늘 높은 곳에서 잘 보이는 ‘마차부자리’라는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이다. 마차부자리의 주인공은 그리스 신화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아들로 아테네의 왕이 된 에릭토니우스라고 한다.

최고의 지혜와 손기술을 갖춘 신들의 아들답게 에릭토니우스는 지혜와 기술을 겸비한 뛰어난 왕으로 아테네를 잘 다스렸다고 한다. 에릭토니우스는 다리가 불편했기 때문에 말 네 마리가 끄는 ‘4두(四頭) 마차’를 만들어 타고 다녔는데 그 때문에 마차부자리의 주인공이 됐다. 에릭토니우스의 아버지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도 다리가 불편한 것으로 돼 있는데 당시 금속을 제련하는 대장장이들은 비소 중독으로 몸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에릭토니우스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4두마차는 로마시대 마차경주의 도구로 인기가 높았으며 특히 영화 ‘벤허’에는 마차경주 장면이 잘 재현돼 있다. 영화에서 벤허의 4두마차를 끈 흰말 네 마리의 이름은 각각 리겔·안타레스·알데바란·알타이르로 모두 별 이름이다. 이 중 오리온자리 리겔과 황소자리 알데바란은 마차부자리 카펠라와 같은 시간대에 하늘에서 볼 수 있다. 겨울철 밤하늘에는 오리온자리 베텔게우스, 쌍둥이자리 카스토르와 폴룩스, 큰개자리 시리우스, 작은개자리 프로키온과 같은 밝은 별들도 같은 시간대에 볼 수 있다.


카펠라는 꽤 밝으면서도 태양에서 43광년 정도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밤하늘 전체에서 여섯 번째, 북반구 하늘에서는 세 번째로 밝게 빛난다. 겨울철 밤이면 도시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북반구에서 카펠라보다 밝은 두 별은 목동자리 아르크투르스와 우리나라에서는 직녀별로 불리는 거문고자리 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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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라는 밝은 별이니만큼 아주 오랜 관측의 역사를 가졌다. 별자리에 동물 이름을 많이 붙였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카펠라는 염소로 여겨졌다. 실제 카펠라라는 이름의 어원도 새끼염소라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에릭토니우스가 염소를 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재미있게도 카펠라는 하나의 별이 아니라 마치 4두마차처럼 네 개의 별로 이뤄졌으며 두 별씩 각각 쌍성(雙星)계를 이룬다. 첫 번째 쌍성은 둘 다 밝기가 태양의 70~80배나 되는 매우 밝은 거성으로 태양과 금성 사이의 거리와 비슷한 가까운 거리에서 104일 주기로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서로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도 두 별을 분해해 보기는 힘들고 스펙트럼 분석으로 쌍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태양 같은 별은 현재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으로 안정적인 빛을 내는 주계열 별인데 약 50억년이 지나 중심부의 수소가 소진되면 표면이 팽창해 적색거성이 돼서 아주 밝아진다. 별은 질량이 클수록 핵융합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진화한다. 카펠라의 첫 번째 쌍성의 두 별은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나이는 태양보다 젊은 6억년 정도지만 이미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을 끝내고 표면이 팽창해 아주 밝은 별이 됐다. 두 번째 쌍성의 별들은 적색왜성으로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별이다.

카펠라는 별 네 개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 이 근처에는 10여개의 별이 더 있다. 이 별들은 카펠라와 물리적인 연관은 없고 단지 우연히 같은 방향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카펠라는 이 모든 별의 빛이 합쳐진 것이다. 밤하늘에는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실제로 여러 개의 별빛이 합쳐져 보이는 별들이 많이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중요한 회담이며 두 정상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없이 많은 사람의 노력과 염원을 담아 이뤄진다. 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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